장강명 지음/아시아·1만500원 ‘장강명이 왜 이런 책을?’ 책을 든 순간, 인 생각이다. 책은 소설가 장강명이 쓴 탈북자 지성호(36)씨의 이야기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국정연설에서 “그의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 갈구를 말해준다”며 직접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1982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나, 1996년 먹을 것을 구하다 열차사고로 한 손과 한 다리를 잃었고, ‘꽃제비’ 생활을 하다 2006년 탈북했다. 현재 북한인권단체이자 북한이탈주민 지원단체인 ‘나우’(NAUH) 대표를 맡고 있다. ‘북한 인권’은 보수의 단골 메뉴다. ‘북한 체제 비판’이 주목적이고, 궁극적으론 남북 갈등구조를 야기시켜 보수층 지지를 확보하고 진보 진영을 공격하는 국내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강명도 이를 의식한 듯하다. 책머리에 ‘이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하여’라는 제목 아래 “한국 사회의 정치·이념 지형에서 북한 문제는 진영 간 정쟁 소재로 소모되다 갈피를 잃기 일쑤”라며 “그저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잘못 없이 굶어죽은 비극에 대해 더 슬퍼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은 다리가 잘린 14살 때까지, ‘고난의 행군’ 시기(94~96년)에 집중한다. 기아가 엄습하면서 사람들이 어찌 변하는지가 장강명의 필체로 생생하다. 극한 속 인간군상의 처절함과 그 와중에도 절절한 가족애가 눈물겹다. 동생들이 굶주려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식량 꾸러미를 지고 2시간 거리를 40분에 달려가는 조급한 달림에는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유에 대한 불편함 대신 ‘이때 나는 뭘 했나’라는 불편한 회상이 일렁인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