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구멍을 주운 찰리
구멍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
엉뚱한 상상과 반전 묘미
구멍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
엉뚱한 상상과 반전 묘미
켈리 캔비 지음, 이상희 옮김/소원나무·1만3500원 구멍은 뚫는 것일까? 막는 것일까? 둘로 가르는 뻔한 생각을 깨는 것이 그림책의 임무인 양, 주인공 찰리는 구멍을 주워버린다. “세상에! 나만의 구멍이 생기다니!” 기쁨에 겨운 찰리는 구멍을 어디에 쓸 참인지, 주머니에도 넣어보고 가방에도 넣어본다. <구멍을 주웠어>는 구멍을 주운 찰리가 구멍의 진정한 주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찰리는 거리에 있는 가게마다 들러 “주운 구멍을 가지겠냐”고 묻는다. 반복이라는 안정된 이야기 구조로 유아의 호기심을 높여가는 방식이다. 차별점이라면 고작 두어줄 글로 짱짱한 이야기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가지고 다닐 수 없는 구멍을 가지라며 내밀 때 돌아오는 천연덕스러운 반응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그런 듯 아닌 듯 생각지도 못했던 구멍의 쓰임새를 따져보게 하는 작가의 솜씨가 노련하다. 찰리가 구멍을 줍고서 그토록 기뻐한 이유를 또래들은 안다. 구멍은 ‘잔소리 괴물’ 엄마를 피해 숨어드는 공간이 될 수도, 숨바꼭질 술래를 따돌릴 비밀 공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쏙 들어갈 ‘나만의 구멍’이 있다면 좋을 테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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