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지음/나무의마음·1만6000원 방송인 김제동이 헌법을 얘기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부터였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촛불혁명이 본격화되던 그 무렵, 김제동은 헌법을 읽었다. 그는 ‘어딘가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어렴풋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헌법을 읽으면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과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헌법 전문부터 39조까지를 아예 외우게 됐다. 그는 헌법을 읽으면서 든 느낌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왜 아무도 안 알려줬지?”, “내 것인데 왜 몰랐지?”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노무현 역)의 명대사이기도 한, “헌법 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소개한다. 헌법 130조 중 ‘권력’이란 단어는 딱 한 번 이 조항에만 나온다고. 그래서 이른바 ‘권력자’들이 쥐고 있는 건 ‘권력’이 아닌 ‘권한’이며, 오직 국민만이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게 이 책의 모토다. 이 책의 문체에는 김제동의 입말이 그대로 살아 있어, 김제동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왕왕 들리는 듯하다. 책은 너무 쉽게 읽히지만, 저자가 이 책을 쉽게 쓰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남아프리카 공화국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낸 알비 식스, 남아공 헌법재판관 에드윈 캐머런과의 일문일답도 중간중간 들어가 전문성을 보완한다. 김제동은 헌법을 읽으면서 자신이 받은 감동을 독자들에게도 전하기 원해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을 읽은 직후, 김제동처럼 헌법을 손에 드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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