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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페미니즘적 응답

등록 2018-10-18 20:07수정 2018-10-18 20:43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플레이타임·1만2000원

“당신 작가 아닌가요?”

이 질문에 작가는 당당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했다. 작가는 그 시절을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하던 때”라고 적었다. 문득 떠나온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맞닥뜨린 이 질문은 작가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유년기로 데려간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반대 투쟁에 연루돼 감옥에 수감된 아버지를 둔 여덟살 소녀는 종종 ‘너무 말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의 눈에는 일찍부터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 예민하게 포착된다. 보모 마리아는 자신과 동생을 돌보는 대신, 자신의 흑인 딸과는 같이 지낼 수 없다. 백인은 ‘나리’라 불리지만 나이 많은 흑인 하인은 ‘보이’라 불리며, 해수욕장에는 백인만 출입이 허용된다. 공책의 맨 위 두 줄은 항상 남겨놓고 썼던 조심스러운 소녀의 눈에 포착된 일상의 폭력과 차별은 마침내 “끼어들고, 소리내어 말하고, 더 큰 소리로 말하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실은 전혀 크지 않은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책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은 지은이 데버라 리비가 구상한 ‘생활자서전’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며, 국내에 소개된 리비의 첫 작품이다. 모티프가 된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 언급된 글쓰기의 네 가지 동력이 곧 이 책의 각 장 제목이 되었다. ‘자신 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가 주로 소중히 간직했던 것은 다른 여성들의 조언이었다. “여자애들은 큰 소리로 말해야 돼, 우리가 뭐라건 어차피 아무도 안 듣거든.”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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