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마음산책·1만3500원 문득 곱씹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 한마디, 갑자기 생각난 되돌려 받지 못한 옷, 어느 여행지에서 느꼈던 서늘한 공기는 일상에 묻혀 있던 “우연하고 결정적인 풍경들”을 소환한다. 정산되지 못한 과거의 감정들이 일상에 틈입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왔음을 깨닫는다.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실감 나게 길어 올렸던 작가 김금희의 새 단편집. 기존 단편보다 짧은 소설 19편이 실렸다. 그의 주인공들은 어느 날 집을 나간 ‘사람 취급’ 받고 싶은 공시생, 각자의 세월 앞에 어긋나기만 하는 세 친구, 이별을 예감하고 피해야 할지 당면해야 할지 고민하는 남자 등이다. 작가는 그다지 특이할 것은 없지만 삶의 수치, 미안함, 괴로움, 외로움이라는 다양한 감정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내고 있는 우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책은 “실패한 농담이 상대에게 주었을 모욕에 대해 밤길을 걸으며 사과하고 싶어 하던 사람”같이, 오직 ‘사람을 보고’ 주소 없는 무허가 건물을 찾아가는 택배 기사와 같이, 이 ‘평범한 일상’에서 벼려낸 특별한 순간들을 독자에 맞춤 배달한다. 특유의 색감과 매력으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그림 14컷도 함께 실었다. 또 출간과 함께 작가가 직접 낭독한 작품 1편을 포함한 전편의 오디오북이 일정에 맞춰 공개된다. 11월2일부터 네이버 오디오 클립 누리집에서 들을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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