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수 지음/동녁·2만5000원 “한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친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성경의 요한복음은 맨처음부터 난해한 문장들로 시작한다. ‘로고스’니 ‘이데아’니 하는 그리스 철학을 떠올리게도 한다. 요한복음이 엘리트 지식인의 전유물이며 보통 사람들에겐 별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통념의 배경이다. 한국인 최초로 남미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씨는 신간 <평화의 예수>에서 그런 편견을 깨고, ‘평화를 선포하는 요한복음’(부제)의 참 메시지를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에 비춰 친절하게 풀어준다. 지은이의 전작들인 <행동하는 예수>(마태 복음), <슬픈 예수>(마르코 복음), <가난한 예수>(누가 복음)에 이어, 예수의 말씀과 행적을 직접 기록한 ‘4대 복음’ 해설서의 완결편이다. 준비에만 30년, 집필에 7년이 걸린 대작업이었다. 1980년 군사독재에 반대하다 암살당한 오스카 로메로 주교의 땅 엘살바도르에서 유학한 지은이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 아니라 인민 편”이라며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요한복음을 보자”고 강조한다. 예수는 생명이니 불평등과 생명 억압에 맞서 싸우고, 예수는 사랑이니 가난한 사람을 먼저 선택하며, 예수는 평화이니 전쟁에 반대하고 정의를 실현하려 애쓴다는 것. 지은이는 복음서가 전하는 예수의 행적을 꼼꼼히 쫓은 뒤 이렇게 요약한다. “가난한 사람이 고통받을 때 함께 피 흘리는 예수는 존경받습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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