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북레시피·1만3000원 예리한 관찰력과 명석한 두뇌, 빠른 판단력과 추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은 시대를 불문하고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셜록 홈스 등 대다수 탐정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다. 왜 여성 명탐정은 등장하지 않을까? 그런 질문을 하는 독자라면 소설 ‘에놀라 홈스’ 시리즈를 봐야 한다. <사라진 후작>은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에놀라 홈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셜록의 여동생이다. 셜록과 똑 닮은 외모를 가진 에놀라는 드레스를 입고 요조숙녀가 되기보다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에놀라는 4살 이후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그런데 14번째 생일을 맞은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다. 소설은 에놀라가 혼자서 사라진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향하고, 그러다 두 번째 실종자인 귀족의 아들까지 용감하게 찾아 나서며 진정한 탐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셜록의 여동생이라는 설정부터가 재밌는데, 더 나아가 오빠인 셜록은 풀지 못하는 암호를 에놀라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대목이 흥미롭다. 특히 여성의 참정권조차 보장되지 않은 1888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에놀라의 엄마가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 그런 엄마 밑에서 큰 에놀라가 기존 여성상에 반기를 들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 등이 읽는 이에게 쾌감을 준다. “여성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셜록의 성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버리는 에놀라의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에놀라 홈스’ 시리즈는 전체 6권이며, <왼손잡이 숙녀> <기묘한 꽃다발> 등 나머지 5권도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영화로도 제작 중인데, 에미상을 받은 10대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이 에놀라 홈스로 출연할 예정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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