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시대의창·1만5000원 결혼하고 딩크족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2년간 아이를 갖지 말자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에 익숙해질 서른 살 무렵 임신과 출산은 그만큼 두렵고 끔찍한 일이었다. 자유의 박탈, 경력 단절과 인사상 불이익 등 감내해야 할 고통과 희생, 불이익이 너무나 커보였다. 결혼 3개월 만에 첫 아이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불운(?) 앞에서 여러 날 밤 눈물을 훔쳤다. ‘엄마’ 될 마음의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야 했기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임신-출산-육아’ 과정은 사진작가 모이라 데이비처럼, “분노와 애정, 증오와 사랑, 무기력과 충만함, 고통과 행복 등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나날이었다.” 이 책은 그가 서른여덟에 첫 아이를 낳고 위기에 봉착했던 시기, 자신의 생명줄이자 멘토가 되어준 여성 작가 16명의 ‘엄마 됨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성’에서 ‘엄마’가 되는 일은 그 자체를 부정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나 역시 첫 아이를 낳고도 엄마임을 거부하다, 3년 뒤 둘째를 임신한 뒤에야 현실을 받아들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 영미 페미니즘 시의 선구자 에이드리언 리치, 3대 에스에프(SF) 작가로 불리는 어슐러 르귄, <컬러 퍼플>의 앨리스 워커, 거장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등도 마찬가지였다. 임신 당시 이 책이 있었다면? 이들의 고군분투기를 읽는 것만으로 ‘엄마 됨’은 소중하고 값진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위하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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