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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엄지장갑’ 청년의 살 맛 나는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

등록 2018-11-30 06:02수정 2018-11-30 19:34

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
원종건 지음/북레시피·1만5000원

엄마는 고등학생 때 청력을 잃었다. 아빠와 결혼할 때만 해도 눈은 이상이 없었다. 외환위기는 가족을 뿔뿔이 흩어놨다. 아빠는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돌아가셨다. 두살 터울 여동생은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엄마와 나는 노숙생활을 했다.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는 엄마의 남은 시력마저 빼앗아 갔다. 엄마는 나와도 이별을 마음먹었다. 그리고 세상을 등지려 했다. 생의 막다른 지점에서 엄마는 나를 다시 품었다.

생의 이면은 엄마가 어렵게 취직한 속옷공장 기숙사에서 시작됐다. 좁디 좁은 금남의 구역에서 우린 매일 눈칫밥을 먹었다. 엄마는 새벽에 공용 목욕탕에서 나를 씻기며 “우리가 이 목욕탕 다 빌렸다, 그치?”라고 삶을 긍정했다. 가난이 남긴 엄마의 유산은 ‘감사’와 ‘겸손’이었다.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도움으로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엄마는 시력을 되찾았다. “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 엄마가 눈을 뜨고 한 첫 마디였다. 그 순간부터 내 꿈은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엄지장갑 캠페인의 주인공 원종건씨가 불행한 유년 시절을 극복하고 소외된 이웃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파를 견뎌낸 지은이의 시선은 우리 주위에서 차별과 편견으로 아파하는 이들을 향해 있다.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무의식적 차별이 담긴 단어 ‘벙어리장갑’. 지은이는 이를 ‘엄지장갑’으로 고쳐 쓰는 프로젝트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은이는 현재 이베이코리아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맡고 있다.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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