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부부의 이혼을 두 고양이의 죽음에 포개
부부의 이혼을 두 고양이의 죽음에 포개
“스스로는 저를 소수 취향 작가라 생각해 왔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뜻밖이라 놀랐습니다. (소설 쓰기를)그만두지 말고 계속 하라는 뜻으로 알아듣겠습니다.”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윤이형(사진)은 7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2005년 등단해 소설집 셋과 중편 단행본, 청소년소설과 로맨스소설 등을 낸 그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받았지만 이상문학상처럼 큰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인 중편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초등학생 아들 초록을 둔 부부 희은과 정민이 이혼하는 이야기를 그들이 기르던 두 고양이의 죽음에 포개 놓은 작품이다. 이혼에 이르는 과정과 이혼 뒤의 관계를 통해 결혼 제도의 문제를 드러내고, 고양이들의 죽음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결혼과 제도가 개인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문제를 알면서도 진실을 감추며 기만적으로 살고 있는 이들도 있겠죠. 삶이 영원하지 않은데, 그렇다면 기만할 시간이 어디에 있을까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추구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변하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윤이형은 “작년에 기르던 고양이가 죽은 뒤 일상이 무너질 정도로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오히려 힘들어서 쓰게 된 소설”이라며 “죽음과 결혼 제도의 폐해, 양육자가 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의 변화 등을 다룬 소설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소설에서 이혼하는 부부는 고양이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나고,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로 이혼 생활을 이어 간다. 작가는 이런 설정이, 한국 사회의 극심한 남녀 갈등과 대결에 대한 일종의 타협적 해결책으로 이해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사회의 남녀 갈등 양상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어떤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남녀 갈등과 대립은) 옳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설 안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부부가 헤어질 때 원한에 가득 차서 서로를 미워하는 건 각자의 행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윤이형은 “대책 없이 출산을 장려하는데, 출산과 결혼을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사회가 육아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오직 부부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지금과 같은 현실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문학상 상금은 3500만원이며, 시상식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과 우수작을 모은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21일께 나온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소설가 윤이형
소설가 윤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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