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지음/21세기북스·1만6000원 책 제목은 주검에 집착하는 사람의 이야기나 공포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16년 동안 1500여건의 부검을 해온 법의학자가 매주 죽은 이의 몸을 마주하며 쌓아올린 ‘죽음론’이자 삶의 통찰이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죽음이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가운데 하나이며 이를 냉정하게 바라봄으로써 ‘오늘’의 의미를 새롭게 다질 수 있음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법의학이라고 하면 으레 함께 떠오르는 범죄와 사건·사고 사례를 통해 지은이는 ‘죽음’이라는 단어 속에 사람이 살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심장마비로 묻힐 뻔했던, 남편에게 맞아 숨진 아내의 이야기,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 보험금을 받게 하려고 함께 죽음을 선택한 부부의 이야기 등에 때론 분노가 치밀고 때론 가슴이 아프다. 사연에 이어지는 죽음의 인문학적·역사적 의미와 과학적 규정 등의 설명은 죽음이라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지은이는 연명의료 중단 등 생명의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사회적 고민과 논쟁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그는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의료행위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처분당하는 것이 대세가 아닌가 씁쓸한 심정”이라며 “죽음은 준비되고 예감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서가명강)라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데, 울림이 있는 책의 내용과 달리 책날개에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차원이 다른 명품 강의” 따위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설명에 입맛이 쓰다. 두 번째 책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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