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시마르그리트 아부에 글, 마티외 사팽 그림, 이희정 옮김/샘터·1만4000원
시대를 풍미한 사고뭉치들이 있다. 빨강머리 삐삐나 우리나라의 꺼벙이 같은 꼬마들이 그렇다. 샘터의 새 만화책 <아키시>의 주인공 아키시도 그런 축에 끼고 남을 말괄량이다.
이런 악동들의 공통점은 어이없는 말과 행동에도 그 모습이 싱싱해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아키시도 생각 없이 교회의 영성체와 포도주를 잔뜩 먹는다든가,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자르려 일부러 머릿니를 옮아온다든가, 옆집 아기를 먹이겠다고 버려진 야채로 수프를 만드는 등 무모한 일들을 서슴지 않지만 그 천진함에 쉽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특히 오빠나 남자아이들의 거친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치는 모습은 흔한 만화들에서 그리는 ‘상냥하고 규범을 잘 따르는’ 여자아이의 전형을 깨는 통쾌함이 있다.
아키시의 일상은 글쓴이 마르그리트 아부에의 경험에서 왔다. 아부에는 1971년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에서 태어나 12살에 오빠와 같이 프랑스로 유학을 왔다. 그린이 마티외 사팽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선진국의 아이’로, 아키시는 두 사람이 아부에의 어린 시절을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탄생했다.
악동의 명랑한 일상은 시대와 사회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 수십 년 전 서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했지만 <아키시>는 큰 위화감 없이 유쾌하다. 어른이라면 풍족하지 않아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를 법도 하다. 아이에겐 우리보다 열악한 아프리카 친구들의 생활을 엿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키시>가 현대의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매력은 “자유와 모험”에 있는지 모른다. “요즘처럼 아이들을 끊임없이 지켜보는 우리 사회에서 이 가치는 줄어들고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세계에 맡겨져 있었죠. 정말 멋졌어요! 비록 부모가 된 지금, 제 아이들이 아키시나 친구들처럼 자유를 갖도록 하는 건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 됐지만요.”(사팽) 초등 1~4학년.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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