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너미 지음/민들레·1만3000원 “결혼 후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저자들을 대표해 이성경씨가 쓴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던 이들이 결혼과 동시에 여자, 엄마, 아내, 며느리의 역할을 강요받으며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하는 관습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엔 엄마·아내·며느리로 충실하려고 퇴사를 고민하거나, 임신·출산을 계기로 경단녀의 길을 택한 여성들이 적지 않다. 워킹맘이라 할지라도 독박 가사와 육아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는 녹록치 않다. 가사와 육아의 대부분을 엄마가 떠안는다. 근무 중에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요리·청소·빨래·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의 알림장과 숙제를 확인하는 일 모두 여성의 몫이다. 2순위인 남편은 회식, 야근과 휴일근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는 가부장제 가치관 탓이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이런 현실을 경험한, 그래서 엄마 페미니스트가 된 10명의 기혼여성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과 가부장제에 맞서는 치열한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해법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그림자노동 목록’, ‘주부월차제’, ‘자신만의 서재’ 등이다. 특히 그림자노동 목록은 꽤 솔깃하다. 청소와 빨래와 관련한 일들을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역할을 나누는 방법이다. 청소는 정리 정돈·먼지 털기·물건 버리기·청소기 먼지통 비우기·걸레 빨기 등으로, 빨래는 세탁물 모으기 및 돌리기·널기·걷기·개기·옷장에 넣기 등으로 구분해 부부가 분담하는 식이다. 이를 제안한 아이린씨의 경험담을 미리 알았다면, 수많은 여성들이 과중한 가사 노동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결혼을 앞둔 이들이나, 결혼 결심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