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클라크 지음, 이정미 옮김/시그마북스·1만4000원 요즘엔 지갑 두둑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신용카드, 온라인 뱅킹,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했기 때문이다. 전자거래의 편의성, 투명성, 효율성, 안전성을 강조하는 광고도 넘쳐난다. 정말 그럴까? 모바일 앱을 내려받고 온갖 개인정보와 활용 동의 여부를 입력하다 문득 의심과 짜증에 시간만 낭비한 경험은 없는가? 영국의 프리랜서 기자가 쓴 <현금 없는 사회>는 ‘신용 사회’의 주술 뒤에 숨은 이익집단들의 음모와 그 이유를 다양한 실례를 들어 낱낱이 폭로한다. 지은이는 현금 지불을 억제하거나 없애려는 힘있는 이익단체들이 당신을 염탐하고 돈을 빼앗아간다고 말한다. 바로 국가와 기업, 그리고 은행 들이다. “이들이 우리를 현금 없는 사회로 몰아가려는 이유는 딱 하나, 재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우리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자결제는 사용자가 어떤 교통수단을 탔는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고스란히 기록한다. 전자거래 전도사들은 이를 분석해 사용자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심지어는 그가 게으른지, 바람을 피우는지까지 추론한다. 마약 밀매, 공갈, 부정부패, 돈세탁 등 범죄 행위에 현금이 쓰인다는 논리도 디지털 범죄 통계 앞에선 빛이 바랜다. “2015년에만 영국은행 고객들이 카드 결제, 온라인 뱅킹, 부정수표 관련 범죄로 7억5500만파운드(약 1조1235억원)를 잃었다!” 지은이는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합의나 토론도 없이 은근슬쩍 진행되고 있다”며 그 실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현금이 없는 곳에 자유도 없”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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