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지음/현대문학·1만1200원 백수린(사진)의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여성 삼대의 이야기다. 소설은 그중 가장 젊은 인아의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데, 인아는 엄마인 현옥과 버성긴 편이고 현옥은 다시 그 엄마와 서먹하지만 조손 사이는 매우 친밀하고 애틋하다. 현옥은 갓 낳은 외동딸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유학길에 올라 박사학위를 받아 올 정도로 강단이 있고 성취욕이 높은 사람이다. 인아는 자신이 그런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딸에게 실망할 때마다 엄마는 ‘너는 아빠를 닮아서 그 모양이냐?’라는 말을 비수처럼 내뱉고, 딸은 ‘나는 이렇게 엄마를 실망시키는 사람으로 남을 거야’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고령인 할머니가 죽음을 맞기까지 몇 달 동안 인아가 할머니의 곁을 지키고, 지방대학 교수인 현옥이 주말을 이용해 규칙적으로 이들을 방문하면서 여성 삼대는 모처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겉돌며 연기를 하듯 관계를 이어가던 세 여자는 차츰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며 결국 ‘친애하고, 친애하는’ 사이가 된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젊은 나이에 혼전 임신을 하며 내처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인아가 “엄마, 미안해요”라고 말하자 엄마는 뜻밖에도 이렇게 받는다. “아니야. (…) 결혼해 아이만 키우는 것도 좋은 삶이지.” 인아는 결국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다음 다시 대학 공부를 거쳐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는데, 다시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모두가 만류할 때 “나에게 내가 겨우 서른셋이며 아직 젊고 예쁘다고 말해준 유일한 사람이 엄마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