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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관청 화가에서 벗어나고픈 예술혼

등록 2019-04-26 06:00수정 2019-04-26 19:58

잠깐 독서
동양화는 왜 문인화가 되었을까
장인용 지음/동아시아·2만원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를 소개한 책에 빠지지 않는 삽화가 <이백행음도>이다. 벼슬을 마다한 이백이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달을 바라보며 시를 읊는 모습을 옅고 짙은 먹선 몇 개로 표현했다. 이백이 눈 앞에서 거니는 듯한 명작이지만, 그를 봤을 리 없는 500년 뒤의 사람, 양해(梁楷)가 그린 그림이다. 양해는 남송 화원에서 가장 높은 대조라는 벼슬까지 올랐으나, 황제의 노리개 그림을 그리는 데 염증을 느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가 이백을 그린 것은 자유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염원을 그에게 투영한 것이었다.

양해의 <이백행음도>. 출처 바이두
양해의 <이백행음도>. 출처 바이두
동양화라고도 불리는 중국화에서 송나라에서 명·청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서구에서 인상주의부터 시작하는 회화의 급격한 변화와 견줄만하다. 실용적 목적이나 국가권력에 매여 있던 예술이 그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을 추구한 것이 변화의 요체이다. 관청의 지원이 없어도 생계가 가능한 문인의 그림은 순수미술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업미술로 이행해 갔다. 특히 문인들이 화단을 이끌어 가면서 서예의 추상성이 회화 전반을 지배하고, 문학과 회화가 한 화폭에 합쳐지기 시작했다.

책의 저자는 그 가운데 양해의 <이백행음도>, 오진(吳鎭)의 <어부 도축>, 문징명(文徵明)의 <고목한천도> 등 중국화의 혁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여덟 명의 화가와 그들의 대표작을 골라 소개한다. 저자는 국화풍의 변화가 시차를 두고 조선에도 전해져 추사 김정희의 서예나 겸재 정선의 실경을 중심으로 한 회화예술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고 본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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