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소소의책·3만8000원 미국과 유럽의 자연사 박물관들은 전시물의 방대한 규모와 종류로 탄성을 자아낸다. 공룡들의 뼈대에서부터 온갖 동식물 표본, 원시 인류의 해골들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까지 없는 게 없다. 지구의 ‘빅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전시관이자 살아 숨 쉬는 학습장이다. 그 전시물들은 누가 어떻게 확보하고 꾸미는 걸까?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석좌 큐레이터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랜스 그란데는 <큐레이터>에서 자연사 박물관의 숨은 주인공들인 큐레이터들의 흥미진진하고 모험으로 가득 찬 세계를 펼쳐 보인다. 풍부한 컬러사진들은 입체감을 더한다. 필드 박물관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 박물관,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과 함께 미국의 3대 자연사 박물관으로 꼽힌다. 1894년 개관한 이곳에는 고생물 디엔에이(DNA)에서부터 몸길이 13m에 체중이 10t에 이르렀던 티라노사우루스의 완전한 뼈대, 진귀한 보석 원석과 화성에서 날아든 운석,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과 청동기 유물들까지 2700만점의 표본이 소장돼 있다. 지질학, 생물학, 문화인류학의 보고다. 큐레이터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빼어난 감식안을 갖춘 프로그램 기획자다. 심해와 정글, 사막과 남극을 기꺼이 넘나드는 현장 연구자들이기도 하다. 때론 유물 소유권 분쟁, 표본 수집과 전시를 둘러싼 윤리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 인종주의에 대한 과학적 반증은 도전이자 성과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사 박물관을 보는 자세가 바뀔 것 (…) 단순한 관람객이나 교육생이 아니라 큐레이터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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