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엽 지음/민중의소리·1만5000원 누구나 자서전을 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제삼자가 한 인물의 삶과 그 공과까지를 담아내는 평전이라면 그 대상은 특별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종태>는 책 표지에서부터 그런 통념을 부인한다. 꾸밈이라곤 없는 순백색 바탕에, 성을 빼고 이름을 제목 삼은 검정 글씨가 투박하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평전’이란 부제가 달렸다. 책등 맨 위의 선 굵은 초상 스케치에는 ‘생존권 사수’ 머리띠를 두른 사내의 눈빛이 형형하다. 오도엽 시인이 쓴 이 평전의 주인공 박종태(1971~2009)는 대학 때 학생운동, 그 뒤엔 비정규직 택배노동 현장에서 ‘보통 사람의 특별하지 않은 권리’를 위해 싸우다 “노조 탄압 중단하라”고 쓴 펼침막을 걸고 서른아홉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한 노동자다. 평전에는 그의 청소년 시절과 부산 수산대(현 부경대) 재학, 졸업 뒤 인홍상사, 삼성전자 광주공장, 대한통운, 화물연대 등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로 살다가 최후의 결단을 하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고 싸우고 이기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오롯하다. 지은이는 무려 80명의 지인들을 만나 구술 증언을 채록하고, 고인이 남긴 말과 편지, 사진 등을 모아 “죽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거기엔 신명과 웃음을 자아내던 풍물패 상쇠, 올라본 사람만 “시간의 길이가 아닌 무게”를 안다는 높이 50m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결기 있는 노동자, 택배 건당 수수료 ‘30원’ 인상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 투사, 무엇보다 자상한 남편이자 두 남매의 아빠가 함께 있다.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해진 한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무겁고 아리고 소중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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