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태너 지음, 김재용·김주연·이희영 옮김/따비·2만원 ‘보건의료 빅데이터.’ 단어는 알겠는데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거의 매일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개인의 세세한 데이터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의료 정보를 수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개인의 내밀한 의료 상담·진단 내역이 집적되고, 이 정보들이 사기업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건의료 전산 프로그램에 모이는 빅데이터가 영리 목적으로 거래되는 현실이 <보건의료 빅데이터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 담겼다. <로이터>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던 저자는 개인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산업 세계를 다루는 전문가다. 그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기본적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과,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들의 데이터 이용을 허용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최적의 균형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대중적 논의를 촉발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의료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저자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쉽지 않으며, 자신의 정보를 맡기는 환자 개인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더 높은 투명성과 더 많은 (환자-의사 간) 동의 절차, 그리고 더 많은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이용 논쟁은 한국도 비켜가지 않는다. 책은 10장에서 2014년 한국에서 검찰이 대한약사회와 한국약학정보원을 기소하면서 촉발된 사건을 자세히 다룬다. 약국과 병원에서 사용하는 처방전 프로그램 업체가 환자들의 정보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챙겼는데, 피해자는 한국의 5천만 인구 가운데 4399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5년째 진행중이고, 환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인정되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저자는 많은 환자와 의사들이 ‘설령 익명의 의료정보라 하더라도 사적인 개인정보’라고 주장하며 법인과 맞서 싸우는 한국의 사례는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한다.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는 ‘펜타곤 페이퍼’를 기자들에게 제공한 엘스버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빼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의료 정보를 보험사에서 입수한 뒤, 병력을 이유로 개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생명보험 거부에서 타인 명의의 의료보험 부정 사용까지, 그리고 채용 거부에서 공갈 협박까지, 이 분야보다 더 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만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곳은 다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중요한 이유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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