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동 지음/눈빛·1만5000원 세상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검은 땀을 흘리며 삶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 광부들이다. 그중에서도 석탄을 직접 캐는 사람을 ‘탄부’라고 한다. 좁은 공간에서 늘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탓에 광부들도 피하는 자리다. <탄부일기>는 탄부 출신 김정동(81)씨가 37년의 광부 생활을 되돌아 본 회고록이자, 광부들의 치열한 역사다. 보조공, 기능공, 작업반장, 안전감독실장 등 김씨의 직위별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김씨는 18살 때 광산에 들어가 탄부, 안전 관리자 등을 거쳐 1993년 55살에 정년퇴임을 했다. 그는 석탄산업 탄부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어떤 희망을 꿈꿨는지 당시 경험뿐만 아니라 회의 자료, 보고서, 공문, 사보 등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기록했다. “가스에 중독됐다 구조되고, 밀폐된 통로에 갇혔다 탈출했으며, 갱도 붕괴로 죽을 뻔했다가 살았다.” 김씨의 광부 생활은 하루 하루가 벼랑 끝이었지만 광산을 떠나지 않았다. 광부는 그의 ‘생업’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갱도 안에서 사고를 줄이는 작업 방식을 개발하고, 광부들의 노동조건 개선에도 힘썼다. 이런 그의 노력은 1992년 대한민국 명장(광업자원분야) 선정, 대통령 표창 등으로 이어졌다. 한때 국민 연료의 대부분을 담당해 산업역군으로 불렸던 광부지만, 현재는 석탄산업의 쇠퇴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 있다. 김씨는 현재 진폐증으로 안산의 한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진폐증이란 폐에 분진이 침착돼 염증이 발생하고 굳는 상태를 말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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