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우석영 지음/책세상·1만6900원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 남다른 지혜와 통찰력으로 시대의 문제를 꿰뚫어보고, 공동체 전체의 더 나은 미래 청사진을 설계한 이들이다. 당대에 조명받지 못할지라도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데 도움을 줄 사유의 자취”가 뚜렷하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경제 성장과 극단적 폭력이 공존한 20세기에도 그랬다. 장석준과 우석영이 함께 쓴 <21세기를 살았던 20세기 사상가들>은 지난 100년 새 진보사상의 풍부한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살핀 뒤 “우리 사회에 시급히 알리고 재평가를 주문하고픈 인물 스무 명”을 선별해 그 사유와 실천의 고갱이를 펼쳐 보인다.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데 지적·실천적 무기와 풍부한 자양분”이라고 봐서다. 실비아 팽크허스트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투쟁을 다른 사회운동들과의 연대로 확장시켜 진보적 변혁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앙드레 고르는 일찌감치 ‘기본소득’을 시민적 권리로 제시하고 노동과 삶이 일치하는 ‘분열 없는 인간’을 역설했다. 1960년대 사이버네틱스의 선구자였던 스태퍼드 비어는 컴퓨터 연결망을 통한 정보 공유와 평등한 통치, 첨단과학에 힘입은 해방 세상을 꿈꿨다. 랠프 밀리밴드는 시민 참여와 대의민주주의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이중권력’을 주창했다. 헨리 솔트는 1894년에 <동물의 권리>를 썼고, 그 반세기 뒤 알도 레오폴드는 “토양과 물과 동·식물도 존속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대지 윤리’를 설파했다.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이던 조소앙이 ‘민족해방→계급혁명→국가도 전쟁도 없는 아나키즘 세상’이라는 3단계 혁명을 추구했던 사실은 새삼 놀랍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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