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지성 팀장의 책거리
저는 한때 ‘올림픽 꿈나무’였습니다. 1988년에 대학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그렇게 불렀죠. 서울올림픽이 있던 그해, 곳곳에서 철거가 자행됐고 많은 가난한 이들이 길바닥으로 내몰렸습니다. 저는 이른바 ‘386세대’의 끄트머리에 속합니다. 지난 주말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를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쳐 더 그랬습니다. 책은 ‘세대’라는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위계 구조를 분석합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이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산업화 세대가 보여줬던 혈연·지연·학연을 통한 자원 배분의 원리를 386세대가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들 또한 지대 추구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심지어는 사회 개혁을 위해 자신들이 구축한 연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대 추구가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경고는 가능하다.”
저자의 우려가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의 과정에서 밝혀졌다고 봅니다. 청년들도 불공정한 자원 배분의 원리에 분노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논란 속에 ‘386세대는 조 후보자에 공감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일부’인지 ‘다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전체’가 공감하는 건 아닐 겁니다. 1980년대 중반에 대학에 입학했고 지금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분을 최근 만났는데, 80년대 초반에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조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것 같고 80년대 중반 이후에 대학에 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386들에게 이 교수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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