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난민 싱글화의 미래-양극화된 일본인의 노후 야마다 마사히로 지음, 니시야마 치나·함인희 옮김/그린비·1만5000원
‘혼밥’ ‘혼술’의 유행에서 알 수 있듯 홀로 사는 이들이 많다. 결혼하지 않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싱글도 있지만, 결혼하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졸업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패러사이트(기생) 싱글’이 있는가 하면 이혼하거나 배우자가 숨져 홀로 사는 이들도 있다. 싱글은 늘고 있으며 개인의 생애에서 싱글로 보내야 하는 기간도 늘고 있다. ‘싱글화’ 현상이다. “이대로 가면 2030년께는 가족 없는 고령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게 됨으로써, 고립사회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연 20만명에 달할 것이다.” 일본 사회에 대한 진단이지만,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가족 난민>은 일본에서 싱글화가 진행되면서 홀로 사는 사람들이 이후 가족과 사회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가족 난민’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내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인 야마다 마사히로(61) 주오대학 사회학부 교수는 ‘패러사이트 싱글’, 양극화가 진행되는 현상을 포착한 ‘격차 사회’ 등의 개념을 만들어낸 사회학자다.
지난해 1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에서 고독사한 사람의 화장을 마친 뒤 무연고자 장례지원단체인 ‘나눔과 나눔’ 활동가들이 유골함과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은이는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을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존재가 없는 사람들”을 ‘가족 난민’으로 부른다. “싱글화 현상은 가족 난민을 생산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며, 가족 난민의 증가는 일본 사회가 지금까지 겪어 온 사회 구조적 변동의 결과라 하겠다.” 싱글을 선택하는 개인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일본에서 싱글의 의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다양한 싱글의 유형들을 살펴본다.
싱글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지만 싱글화가 문제가 된 것은 최근이다. “전통 사회의 싱글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뚜렷한 거처를 가지고 있었다.” 이전에는 싱글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포용돼 고립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2차대전 패전 이후에도 싱글은 인생의 초반과 말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상태이고, 싱글은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거품 경제가 붕괴하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덮치면서 경제 구조가 바뀌고 가족 구조가 변화했는데 ‘미혼화의 확산’이 이를 대표했다. 1990년 전후가 ‘패러사이트 싱글’의 황금기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 자기 뜻에 따라 부모와 동거를 선택했다. 결혼을 거부하기보다는 연기하고자 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이 ‘기생 싱글’의 성격이 바뀐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립을 포기하고 부모와 함께 살 수밖에 없었다. 중년을 맞은 이들은 부모의 연금을 착취하며 사는데 부모가 숨지면 가족 난민이 된다. 부모의 죽음을 숨기고 연금을 부정하게 받은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의 한 커피 가게에 손님들이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다. 1인 고객을 위해 1인 좌석 및 도서관 형태의 분리형 좌석이 설치돼 있다. 혼밥, 혼술 등은 이제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연합뉴스
저자는 싱글화가 부른 문제를 방치한 일본이 ‘가족 격차 사회’로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족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 안에 포섭돼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가족을 만들 수 없거나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가족 안에 포섭되지 못한 채 경제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제 격차가 가족 격차를 부른다.
싱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가족 난민화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선 ‘정상가족’, 즉 생계부양자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전제로 설계된 복지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개인’을 복지정책의 기본 단위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족이나 파트너가 없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거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셰어하우스’와 ‘커뮤니티하우스’ ‘그룹홈’ 등도 제안한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