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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문지가 젖을까봐

등록 2019-10-04 06:00수정 2019-10-04 20:29

[책&생각] 책지성 팀장의 책거리
<사기병>을 처음 받아들고 이 경쾌한 분홍빛 책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팔바지를 입고 디스코를 추는 듯한 여성의 포즈는 어찌 이리 명랑한가 싶었습니다.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24시간 트레이닝복 신세, 군것질 마니아인데 하필 위암’이라는 책 띠지를 보고서야 작가의 암 투병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누적 5000만뷰 화제작’이라는 말은 읽지도 않고 그림 에세이를 펴들었지요. 위암 4기 환자의 5년 이상 생존률은 7%, 5년 안에 생존하지 않을 확률이 93%라니… 너무 피도 눈물도 없는 확률 아닙니까. 무뚝뚝한 아버지가 “사랑한다, 아빠는 너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며 훌쩍훌쩍, 응원하는 팔로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어머니의 손편지를 읽고는 끝내 뚝뚝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작별 일기>는 구술생애사로 유명한 최현숙 작가가 치매를 앓으며 사그러져가는 엄마 곁에서 천일 동안 쓴 일기입니다. 그는 가끔 “현숙아” 하는 애타는 엄마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듣곤 한답니다. 한국 가부장 자본주의 안에서 살다가 늙고 병들어 끝내 죽음으로 접어드는 한 여성의 기나긴 과정을 기록하는 작가는, 오래 불화했던 아버지와의 거리감까지 좁혀갑니다. 그는 ‘어디까지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철학적인 과제라며 자신은 ‘사회적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 그 한계점에서 생사의 자리를 재점검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상당히 비장하나 그 다운 생각이라고 느꼈습니다.

지난주까지 이 자리에 글을 썼던 황상철 팀장이 자리를 옮겨감에 따라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떠나는 이가 남긴 새책들을 검토하다가, 오늘 펼친 신문지가 눈물로 젖을까봐 두려워 밀쳐두었던 두 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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