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마감 체력

등록 2019-10-25 06:00수정 2019-10-25 10:13

[책&생각] 책거리
“내가 선배도 번쩍 들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후배가 말했습니다. ‘여성여성’ 하던 그의 팔뚝엔 어느새 굵은 근육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소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멋있게 몸을 단련하고 체력을 길렀는지는 몰랐습니다. 그 후배 앞에서는 전보다 조금 더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언제 번쩍 들릴지 알 수 없으니까요.

또 다른 여성 후배는 잘 뜁니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도 뛰었다는 ‘만행’을 느닷없이 고백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난 다음 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노년의 의사 선생님이 한마디로 “운동 부족”이라고 진단하더랍니다. 그 친구는 도대체 얼마나 더 뛰어야 건강해질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 친구 앞에서도 달리기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언제 한번 같이 뛰자고 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언제 멈추자고 할지도 모르겠으니까요.

진지하게 몸을 단련하는 여성들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여러 권 출간되었습니다. 건강에세이 <여자는 체력>(메멘토)을 쓴 여성주의 운동 코치 박은지씨는 성폭력 위협 없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분투해온 분입니다. ‘운동 유목민’을 자처하는 작가 이진송씨 또한 운동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배제, 혐오문제에 대해 비껴가지 않네요.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다산책방)

오늘은 ‘마감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하군요. 모쪼록 안전하고 건강하게 늙을 수 있게, 운동화 끈부터 단단히 묶어야겠습니다. 요가 수행자로도 유명한 배우 문숙씨가 쓴 <위대한 일은 없다>(샨티)를 보면서, 그처럼 한 발 한 발 주의 깊게 내디디며 작은 일을 위대한 마음으로 해내는 노년기를 맞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나솔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제작진 사과·영상 삭제 1.

나솔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제작진 사과·영상 삭제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전세계 출판인들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한국 작가들도 동참 3.

전세계 출판인들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한국 작가들도 동참

‘비밀의 은행나무숲’ 50년 만에 첫 일반 공개 4.

‘비밀의 은행나무숲’ 50년 만에 첫 일반 공개

[단독] “지코 추가해”…방시혁 ‘아이돌 품평 보고서’ 직접 공유 지시 5.

[단독] “지코 추가해”…방시혁 ‘아이돌 품평 보고서’ 직접 공유 지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