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9일 ‘석수시니어독서클럽’이 소개된 신문을 여러 부 구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독서클럽 ‘막내’ 허석님.
‘책’은 좋아하지만 ‘지성’의 수준이라면 ‘글쎄…’인 제가 책지성팀에서 일한 지 보름 정도 지난 때였습니다. 한 주의 마감이 끝나고 마음 다소 홀가분했던 10월의 어느 금요일, 얼굴빛이 맑은 신사 한 분이 신문사를 방문하셨습니다. 18일치 ‘책&생각’ 2면의 ‘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꼭지에 소개된 경기도 안양의 석수시니어독서클럽의 총무인 허석(65)님이셨습니다. 특정 연령 이상의 회원만 받는 시니어독서클럽의 ‘막내’로서, 동아리가 소개된 신문을 여러 부 구하려고 오셨다고 했습니다. 투병중이던 회원 황정엽님이 석수시니어클럽 동료들을 위해 ‘친구야! 놀자’라는 독후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고, 이후 열린 독서모임에서 회원들이 그 글을 돌려 읽으며 추모했다는 사연이 워낙 인상적이었기에 예정에 없었던 허석님의 방문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은 허석님은 장례식에서 딱 한번 만났던 고 황정엽님의 아드님을 신문사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났다며 “오늘은 참 신기한 날”이라고 하하 웃으셨습니다. 그 따뜻한 미소에 제 마음에도 청명한 가을 햇살이 번지는 듯했습니다. 며칠 전 허석님으로부터 또 한 번 훈훈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신문사 방문 얘기를 전해들은 황정엽님의 아드님한테서 받은 문자 메시지를 제게도 전달해주신 것입니다.
“어머님 모시고 아버님 모신 추모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아버님께 <한겨레> 기사도 읽어드렸는데 아마 아버님도 좋아하셨을 겁니다.” 아드님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니 ‘석수시니어클럽 회원분들 즐겁게 독서하시라’는 바람도 덧붙이셨습니다.
책의 인연으로 맺어진 온기를 느끼면서, 인생이란 서로에게 기댈 어깨를 내주는 릴레이 게임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