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서로 사랑한 세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함께 살고, 서로 살려 주었답니다. 지난해 출간된 <나의 두 사람>(어떤책)을 본 독자들은 눈물 젖은 티슈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공공장소에서는 읽지 말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조손가정에서 자란 김달님 작가는 서른한 살 나이에 덜컥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최근 나온 그의 두 번째 책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는 그 경험을 담았습니다. 작가는 응급상황 때 심폐소생술 실시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는 의료진의 요청을 받고, 혼란스러워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오직 사랑할 뿐이겠지만, 때로 그는 너무 버거워 보입니다. “니는 너무 젊고, 할 게 많다”던 요양보호사 아주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앞서 두 사람에게 사랑받은 시간이 지금 사랑할 수 있는 힘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을 돌보던 이를, 시간이 흘러 거꾸로 돌보게 된 사람들이 쓰는 ‘당사자 문학’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갈매나무)을 쓴 이상원 작가는 엄마와 함께한 한 번의 여행, 한 번의 이별, 한 권의 일기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50살 딸과 한달간 남미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80살 엄마는 귀국 직후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습니다. 엄마의 마지막 일기는 2017년 1월17일에 끝났습니다. 그는 이제 엄마가 없는 시간 속을 걸어 갑니다.
책 속에서는 2000년 넘게 거기 있었던 실크로드나, 밀레니얼 세대나 모두 ‘현재’입니다. 붙잡을수록 시간은 무장 흐르겠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여기’서 읽을 뿐, 사랑할 뿐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만큼 어려운 일도 없겠지만 말이죠.
이유진 책지성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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