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지음/이데아·1만7000원 타이 최고의 명문인 쭐랄롱꼰 왕립대학 정치학과에 다니다가 왕실모독죄로 체포되었던 차노끄난, 변호사로 일했던 카슈미르 독립운동가 리즈완, 시리아의 한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엔지니어가 되려던 아메드…. 모두 한국에 온 난민들이다. ‘인간’으로 살고 싶었기에 고국에서 권력에 맞서 투쟁했고 이제는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리즈완은 외부와 연결이 완전히 차단된 난민보호소에서 1년 넘게 지내다가 57일간의 단식 끝에 좀비처럼 걸어 그곳을 나왔다. 2016년 법적으로 ‘난민’이 된 그는 여전히 고립돼 있고 또 다른 나라로 가야 할까 고심한다. 지원이 열악하고 차별이 심한 탓에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고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차노끄난은 2018년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첫 타이 사람이 됐지만 동남아 노동자들이 저임금 기피업종에서 천대받거나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현실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집트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고국을 떠난 오사마는 난민 신청을 거절당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순식간에 한국은 지옥이 되었다.” <낯선 이웃>은 <한겨레21> 이재호 기자가 취재한 난민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1장은 타이, 카슈미르, 발루치스탄, 시리아, 로힝야, 민주콩고, 수단, 이집트, 에티오피아, 중국, 줌머 출신 난민들의 인터뷰를 다뤘고, 2장은 난민을 둘러싼 ‘가짜 뉴스’의 진실을 파헤친다. 3장은 제주로 찾아든 예멘 난민들 이야기다. 개별 난민 사례와 구조적 문제를 함께 짚어 난민에 대한 실상을 바로 보게 하는 드문 책.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 배우가 추천사를 썼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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