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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 읽고 나빠졌네?

등록 2019-12-06 06:00수정 2019-12-06 11:42

[책&생각] 책거리

읽고 나빠지는 책이 있으랴 싶지만, 책을 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까 두려워하는 자들은 누대에 적지 않았습니다. 서구에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자살을 조장한다며 금서 목록에 올랐고, 한국에선 국가보안법에 의한 좌경 서적 목록에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조정래의 장편 <태백산맥> 같은 작품과 <세계사회주의 운동사>(W. Z. 포스터 지음), <소비에트 철학>(L.랴호베츠키 외 지음) 등이 오른 바 있습니다.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장석준, 서해문집) 지은이에게 독자를 위한 추천 책을 골라달라 했더니 상당수가 절판된 상태였습니다. 지금은 정치권력이 금지하지 않더라도 팔리지 않아 사라지는 책들이 수두룩합니다. 책 시장도 승자독식 원칙이 적용되는 터라 살아남은 책을 통해 우리는 겨우 인류가 만든 이야기, 먼저 떠난 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장발장법’의 위헌 결정을 받아낸 한 국선변호사는 신간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정혜진, 미래의창)에서 법과 현실 사이 변방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밝힙니다. 사회 안전망이 없어 순간의 유혹에 빠진 이들, 취업 때문에 고생하는 딸을 보며 신문을 읽기 시작하고 노동자 권익을 위한 어떤 당의 당원이 되어 시위에 나갔다가 사진 채증을 당한 50대 여성도 만났습니다. 지은이는 국가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는 그같은 사람이나 아버지의 ‘사고’를 감당해내는 딸 등을 보며 이들의 “작고 분절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널찍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야기의 힘은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면서요. ‘책&생각’에 읽고 나빠지는 책은 없습니다. 어떤 책은 읽다가 조금 기분이 나빠질 순 있겠습니다만 그것 또한 이야기의 힘이 낳은 성장통일지 모르지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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