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으로 엮은 열두달의 동식물 관찰기록
25년 우울증 환자가 숲에서 얻은 ‘항우울제’ 복용기
25년 우울증 환자가 숲에서 얻은 ‘항우울제’ 복용기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심심·1만8900원 자연의 치유력은 말 보탤 것 없이 ‘진리’이다. 식물이 발산하는 자연살균제 피톤치드가 만발한 숲을 거닐며 나무와 꽃을 들여다보고 흙을 만지고 새의 노래를 듣고 낙엽의 그윽한 냄새에 킁킁거리다보면,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쾌감을 선사하는 도파민이 증가하며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암세포를 잡는 백혈구의 활동이 늘어난다. 영국의 ‘박물학자’ 에마 미첼은 잉글랜드 남동쪽 숲 근처 오두막에서 살아간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했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 오랫동안 글을 써온 그는 산책길마다 풀꽃, 나무, 곤충, 새와 사슴, 들쥐와 족제비 같은 ‘야생 거주자’들의 삶을 관찰한다. 자연에 목마른 독자들이 보기엔 이상적인 삶인데, 반전이 있다. 저자는 25년 동안 우울증을 앓아왔다. 자신이 ‘검은 개’로 명명한 우울증의 덫에 걸릴까봐 늘 노심초사한다. 한번 걸리면 산책은 고사하고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힘겨워진다. 기분은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들쥐를 주메뉴로 한 올빼미의 저녁식사를 목도한 기쁨에 몸을 떨고, 영국에서 번식 가능한 개체가 10쌍뿐이라는 황새 부부의 출현에 행복해하고, 키낮은 타래난초를 발견하고 환호하다가도, 이따금씩 감정의 찌꺼기가 눈물로 뭉쳐 폭발한다. 아프리카에서부터 9000㎞ 넘는 먼 거리를 날아온 제비를 보면서 하염없이 울고, 호숫가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에도 목놓아 운다.
지은이 에마 미첼은 남아프리카에서 영국까지 한달 동안 9000km를 날아 온 제비를 보면서 눈물 짓는다. 심심 제공
4월 영국 브래드필드 숲에서 개암나무가 새잎을 틔웠다.
검은수레국화 이삭 안에서 무당벌레 다섯마리가 한데 모여 겨울잠을 자고 있다. 심심 제공
굴뚝새. 에마 마첼은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스케치하고 채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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