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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위험사회 속 안전지대

등록 2020-04-10 06:01

[책&생각] 책거리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이 제시한 ‘위험사회’ 개념은 인류의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이 초래한 파국과 연결된 것이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석달 뒤 서울을 방문한 그는 한국인들을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는 한편, 앞으로도 각종 재난이 밀어닥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인류공동체 전체가 거대한 재난과 문명적 ‘탈바꿈’에 직면할 테고, 분노와 저항을 거듭하며 변화하리라 예언했던 것이죠.

파국은 힘들어도 불행만은 아니라며 그는 활짝 웃었습니다. “절망만 하고 있으면 너무 지치지 않느냐”고 되묻던 벡은 ‘해방적 파국’을 위한 정치적 도전과 낙관주의를 제안했습니다. 약자들의 연대와 공통 감각을 잊지 말라는 말이었죠. 그러고보면 이 재난은 인류에게 당도한 미래로부터 온 편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아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큰 틀에서 의견이 일치한다니 미적거리지 말고 모쪼록 빠른 결단 내리기를 촉구합니다. 이참에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불붙어 일상의 안전지대가 더욱 넓게 확보되길 바랍니다.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나온 96쪽짜리 작은 책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서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는 “고통은 가려져 있던 진실을 대면하게 하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직시하게 하고, 현재에 부피를 다시 부여한다”고 말합니다.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인들의 강인한 희생, 밤이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담아 창문 밖으로 노래하던 이웃들을 잊고 싶지 않다. 여기에 진짜 위험은 없다.”

위험사회 속에도 안전지대가 있습니다. 곧 총선이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이며, 4·19혁명 기념일입니다. 부디 이 위기가 세상에 없던 정치적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거대한 해방적 탈바꿈이 일어나는 신호탄이길!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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