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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썩은 개념이라고 포기하지 말자

등록 2020-04-17 06:00수정 2020-04-17 13:26

[책&생각] 책거리

세계적 양육 논쟁을 불러 일으킨 <타이거 마더>의 지은이로 더 잘 알려진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의 새책 <정치적 부족주의>가 나왔습니다. 좌파 대 우파의 거대한 정치적 싸움이 끝나고 이제는 인종, 민족, 계급, 성별, 종교로 나뉘어 구분된 ‘정치적 부족’들이 곳곳에서 격돌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례대표 정당 35곳이 맞붙어 투표용지 길이도 48.1㎝로 ‘역대급’이었던 21대 총선을 보면, 오늘날 정치가 다양한 부족들의 싸움터가 되었다는 분석이 타당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주의가 서로 갈라진 집단 사이의 경쟁과 갈등으로 퇴락하고 있다는 풀이에는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어셈블리> 한국어 번역본을 출간한 ‘다중’과 ‘공통체’의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며칠 전 <한겨레>에 섬세하고 사려깊은 인터뷰 답변서를 보내왔더군요. 수십년 동안 벌여온 한국인들의 민주주의 거리 저항 전통을 잘 알고 있고 촛불시위에 감명을 받았다던 이들은 ‘자유’ ‘민주주의’처럼 “지금은 부패해버린 개념”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주문했습니다. “정치적 어휘를 발전시키는 것, 민주주의 개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우리에 앞서 싸우다 죽어간 이들의 희망이 담긴 말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역사의 진보와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번주에도 나왔습니다.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책은 국적, 민족, 인종, 계급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었으며 자신은 수많은 여성들 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숨쉬리라 믿었던 어느 여성혁명가의 생애를 다룹니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여성의 이야기를 재발견하고 있는 김금숙 작가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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