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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명 구하기 늦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행동해야”

등록 2020-04-22 15:39수정 2020-04-23 02:14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이메일 인터뷰

“코로나19는 인간의 가장 심오한 욕구인 친밀감 이용
서로 향한 마음이 단절의 시기 견디고 살아남길 바라

미국의 세계적 바이러스 대응팀 현직 대통령이 해체
시민으로서 과학과 이성 존중하는 지도자 요구해야”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지은 앤 드루얀(왼쪽)과 천문학자 칼 세이건. Copyright © 1980 Carl Sagan Productions, Inc., Copyright © 2006 Druyan-Sagan Associates, Inc. All rights reserved. Photo Credit: Tony Koroby.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지은 앤 드루얀(왼쪽)과 천문학자 칼 세이건. Copyright © 1980 Carl Sagan Productions, Inc., Copyright © 2006 Druyan-Sagan Associates, Inc. All rights reserved. Photo Credit: Tony Koroby.

“코로나19는 인간의 가장 심오한 욕구인 친밀감을 이용합니다. 한국엔 단지 몇차례 가보았을 뿐이지만, 따뜻함과 환대에 큰 사랑을 느꼈어요.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려면 백신이 나올 때까지 반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절의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길 바랍니다.”

최근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사이언스북스, 김명남 옮김)을 펴낸 지은이 앤 드루얀은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따뜻한 안부를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40년간 열렬히 사랑한 과학책 <코스모스>(1980)를 쓴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동지이자 부인이다.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를 칼 세이건과 함께 만들어 에미상을 받은 그는 ‘코스모스의 영혼’으로 인정 받는다. 오리지널 <코스모스>와 이번 책의 다른 점을 묻자 그는 “칼 세이건이 없다는 것”이라며 ”매일 이 차이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우린 서로를 리드하지 않았죠. 다만 사랑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 배움을 함께했습니다. 20년 넘도록 함께 탐구하고 대화하며 그의 동정심과 겸손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는 유명해질수록 더 겸손하고 따뜻했죠. 그런만큼 칼을 더 사랑했습니다.”

이번 책을 구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기후 변화와 위기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각인시킬지 고민한 점”이라고 밝혔다. “우리 문명을 구해내기엔 아직 늦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 두 사람은 민주주의와 과학이 강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알았다. 과학 문해력이 시민의 비판적 사고기술을 높인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내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현실에 정치적 가치를 두게 된 데는 칼의 영향이 컸다”며 “인간의 존재가 결국 우주력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아주 작은 한구석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또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자기 연민 없이 비전을 제시하느라 백악관에 보낼 글을 쓰던 칼의 결심은 영웅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과학과 이성을 존중하는 지도자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번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 세계적인 바이러스 신속 대응팀이 있었던 적이 있지만 그 팀은 현직 대통령에 의해 해체되었죠. 우리가 치른 대가는 엄청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구의 이익을 위해 과학과 첨단기술을 사용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정부가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안전해지겠죠.”

&lt;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gt;을 지은 과학저술가이자 제작자인 앤 드루얀. 뒤쪽의 그림과 메모는 칼 세이건이 소년 시절 그린 것이다.©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지은 과학저술가이자 제작자인 앤 드루얀. 뒤쪽의 그림과 메모는 칼 세이건이 소년 시절 그린 것이다.©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여성 과학자와 소수자를 돋보이게 한 점은 이번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그는 “마리 퀴리, 레이철 카슨, 베라 루빈, 세실리아 페인, 그리고 제인 구달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천체물리학자 마거릿 버비지(1919~2020)를 언급하며 “그녀 덕분에 우리는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원자들이 별의 심장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도 덧붙였다.

“여성과학자들은 일을 하도록 허락받기 위해 엄청난 난관을 극복해야 했죠. 그것을 알기에 그들 모두를 존경합니다. 과학적 질문에 답하려면 어느정도 자신감이 필요해요. 모든 여성 과학자들이 더 넓은 문화로부터 오는 격려도 없이 이런 일을 해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

문학 전공자로서 우주에 관심을 갖고 나사 프로젝트에 결합할 수 있었던 까닭을 묻자 “평범한 중산층이었던 부모님은 지식에 대한 굶주림과 배움에 대한 기쁨만큼은 남달랐다”며 “셰익스피어를 읽어주곤 했던 아버지는 문학, 음악, 역사에 대한 열정이 컸고 어머니는 칼을 만나기도 훨씬 전에 나에게 행성적 관점을 심어주었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에 끌리는 종(species)입니다. 비과학자로서 가장 복잡한 아이디어에 다가가는 방법은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죠. 저는 과학에 의해 드러난 자연의 이치가 개인적인 것과 교차하는 지점에 가장 매력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이미 새로운 코스모스 시즌 콘셉트를 정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만큼 앞으로도 몇년 동안은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가능한 세계> 제작에 참여한 막내아들 새뮤얼을 비롯해 세 아이들은 모두 재능있는 작가가 되었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코스모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독자와 시리즈 시청자들에게 “그동안 <코스모스>와 귀중한 시간을 함께해주어 감사하고, 이 쇼에 참여한 저와 986명의 동료들은 이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루빨리 더 이상 격리가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되어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국에 재방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인터뷰 전문]

-<한겨레> 독자들을 대신해 인사 드리겠습니다. <코스모스> 출간 40년을 기념해 나온 이번 책에 특별히 한국 독자들을 위해 서문을 써주신 것 무척 반가웠습니다. 서문 가운데 “한국이 혁신에서 세계를 선도해온 나라이고, 혁신이야말로 인류 역사의 이 위험한 순간에 필요한 것”이라고 쓰신 부분을 책 리뷰 기사에 소개하자, 이를 본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각자 만남을 최소하며 코스모스를 읽고 있을 한국 독자들께 특별한 인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는 포식자를 가장 영악한 종류의 네메시스(이길 수 없는 적)로 변화시키는 굉장히 효율적인 과정이에요. 저는 이번 책과 다큐멘터리에서 광견병으로 발현되는 리사 바이러스의 아주 복잡하고 독창적인 전략을 탐구하죠. 코비드-19는 인간의 가장 심오한 문화적, 생물학적 욕구인 사람 간의 친밀감을 이용합니다. 제가 비록 한국에 몇 차례밖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제가 만났던 사람들의 따뜻함과 환대에 큰 사랑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려면 백신이 나올 때까지 반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절의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길 바랍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제목으로 선택하셨습니다. ‘가능한 세계들’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은데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부연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코스모스의 세 번째 시즌과 그와 관련된 책을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후 변화와 우리가 직면한 다른 위기들에 대해 우리가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았어요. 영감을 주고 싶었죠. 우리 문명을 구해내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외계 행성 연구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능한 세계들의 목록을 보면서 지구에서 가능한 세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게 저에게 영감을 주었죠. 천문학은 처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인 지구를 볼 수 있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자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해 온 탐구자들의 삶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용감하고 지혜로운 조상들의 후손이라는 생각에 짜릿한 희망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희생과 선견지명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우리에게 인내하고 번창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지난 <코스모스>의 모든 기획에 참여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거의 50년에 가까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4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코스모스>가 오리지널 <코스모스>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칼 세이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죠. 저는 이 차이를 매일 실감해요. 그가 살아있었다면,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뛰어났을 거예요. 그가 없는 동안, 그의 비전을 기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이 최신 코스모스는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모두에게 과학의 방법과 통찰력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바라건대 첫 번째 코스모스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번책에서 여성 과학자와 소수자를 돋보이게 저술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둔 엄마이자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여성 기획자 입장에서도 여성 과학자들에게 감정이입했을 것 같습니다. 여성과학자들 가운데 특히 당신이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누구이고 어떤 이유인가요?

“가장 사랑하는 여성 과학자를 꼽을 수는 없어요. 단지 본인들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기 위해 그들이 엄청난 난관을 극복해야 했던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 모두를 존경합니다. 과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필요해요. 가장 최근 세대의 여성들을 제외한 모든 여성들이 더 넓은 문화로부터의 격려도 받지 않고 이런 일을 해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죠.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여성 과학자들 중에는 마리 퀴리, 레이철 카슨, 베라 루빈, 세실리아 페인, 그리고 제인 구달이 있어요. 지난 주에 우리는 위대한 사람들 중 한 명인 마거릿 버비지를 잃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우리가 별 물질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원자들이 별의 심장에서 생성되었다는 사실 말이죠.”

-5살짜리 칼 세이건이 만국박람회에서 과학에 눈을 뜨고 호기심과 경이감을 갖는 장면부터 인상적입니다. 문학을 공부하신 덕분인지 이 책은 서사와 과학의 아름다운 만남이 돋보였습니다. 문학과 과학을 엮어 일을 해오셨는데,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드문 만큼 특별한 어려움과 특별한 성과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었나요? 더불어, 문학 전공자로서 우주에 관심을 갖고 나사 프로젝트에 결합하게 되신 계기를 여쭤보아도 될까요?

“놀라울 정도로 운이 좋았죠. 저희 부모님은 여러 면에서 평범한 중산층이셨어요. 하지만 지식에 대한 굶주림과 배움에 대한 기쁨이 남다르셨죠. 아버지가 가먼트 지구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면 저에게 셰익스피어를 읽어 주시곤 했어요. 위대한 문학, 음악, 역사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어머니도 아버지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셨어요. 제가 처음 칼을 만나기도 훨씬 전에 저에게 행성적 관점을 심어 주신 분이 어머니에요. 칼과 만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그가 저에게 아이들을 위한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가 될 뻔했던 작업을 같이하자고 제안했어요. 결국 제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칼은 저와 같이 생각하고 창작하는 경험을 통해 제가 보이저 인터스텔라 메시지 프로젝트를 지휘할 적임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우리 모두는 이야기에 이끌리는 종입니다. 비과학자로서 가장 복잡한 아이디어에 다가가는 방법은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죠. 저는 과학에 의해 드러난 자연의 이치가 개인적인 것과 교차하는 지점에 가장 매력을 느낍니다.”

-앤 드루얀 선생님과 칼 세이건 선생님 모두 과학과 사회의 진보를 믿고 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칼 세이건 선생님께서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실천하며 보수적인 정치권과 거리를 두게 된 것도 앤 드루얀 선생님의 리드와 도움 덕분이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과학과 사회의 진보를 믿는 일이 개인적으로, 또는 인류공동체 전체에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요?

”저도 칼을 리드하지 않았지만 그도 마찬가지로 저를 리드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사랑의 즐거움 중 하나인 배움을 같이 했죠. 제가 이념이 아닌 현실에 정치적 가치를 두게 된 것은 그의 영향이 컸어요. 자연에 근거를 두지 않은 철학은 선험적으로 거짓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요) 과학에 매력을 느꼈어요. 제가 말하는 자연은 비교적 최근인 농업 혁명 이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의 역사가 존재하기 이전까지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존재라는 것이 결국 우주력으로 압축된 거대한 시간의 아주 작은 한 구석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제가 한때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어요. 우리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믿음을 의심하고 탐구하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더 닮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칼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미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지만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의 행복으로 인해 칼의 진실된 모습이 나타나면서 단순히 말이 되지 않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게 되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의 동정심과 겸손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유명해질수록 모든 사람들을 더 겸손하고 따뜻하게 대했어요. 저는 그런 칼을 그만큼 더 사랑했어요.”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백악관에 마지막 편지를 전달하셨다는 부분을 읽었습니다. 칼 세이건 선생이 마지막으로 인류와 미국 행정부에 당부한 중요한 이야기 가운데 혹시 밝힐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우주 과학과 탐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백악관에 보낼 연설문을 작성하려는 칼의 결심은 영웅적이었어요.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어요. 아무런 자기 연민도 없이 다음 세대의 과학을 꿈꾸고 있었죠. 그의 말을 받아 적은 종이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들을 본 지는 꽤 오래되었네요. 몇 년 전쯤, 그 끔찍한 날에 그가 만들었던 프로젝트들과 목표들이 적힌 목록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비전과 그가 기록했던 많은 내용들이 예언적이었다는 것을 보며 굉장히 기뻤어요.”

-이번 책을 쓰면서 칼 세이건 선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선생이 이 책을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요? 이와 함께 영혼의 메이트 한쪽이 세상을 떠난 뒤 남은 한쪽의 슬픔과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일과 동시에 남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을 평생 해오셨는데 보람과 어려움을 함께 겪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보람이고 어떤 것이 어려우셨는지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상관없이 매일 칼에 대해 생각해요. 저희 아이들은 그가 최근에 나온 코스모스 시리즈와 책을 더 좋아할 거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러길 바라지만 절대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거예요. 테니슨은 ‘사랑하고 잃은 것이 전혀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라고 썼어요. 소울메이트를 잃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절단하는 거예요. 가슴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테니슨의 말이 과연 옳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에 대해 더 일관되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그 누구와도 제 자리를 바꾸지 않을 거예요.”

-코로나19시대를 맞아 인류는 대단한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한국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실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종바이러스 출현 등 인류를 위협하는 판데믹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두루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인류의 재앙, 위기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우리가 시민으로서 과학과 이성을 존중하는 지도자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번창할 수 있을 거에요. 미국에 세계적인 바이러스 신속 대응 팀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팀은 우리의 현직 대통령에 의해 해체되었죠. 우리가 치른 대가는 엄청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지구의 이익을 위해 과학과 첨단 기술을 사용하도록 감시하는 정부가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 모든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향후 저술과 프로젝트 계획이 있다면요?

“네, 저는 이미 새로운 코스모스 시즌에 대한 컨셉트를 정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프로젝트들도 다양한 진행 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에게 이렇게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에요. 제 막내 아들 샘은 ‘가능한 세계’를 제작하는 일에 참여했어요. 그는 이미 새 시즌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어요. 저의 세 아이들은 모두 재능 있는 작가들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코스모스가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이제까지의 질문 외에 한국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모쪼록 다시 뵙길 바랍니다.

“<코스모스>와 귀중한 시간을 함께한 이 책의 한국 독자들과 시리즈의 시청자들에게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 쇼에 참여한 저와 986명의 동료들은 이를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더 이상 격리가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되어 제가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국에 재방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껏 수많은 인터뷰에 응했지만 당신의 인터뷰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만드는 인터뷰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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