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불안이 지배하는 시대, 서점가 지배하는 ‘돈 공부’ 책

등록 2020-05-29 06:01수정 2020-05-29 09:22

[책&생각] 책거리

불황이나 재난 때 자기계발서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출판계의 정설 같았는데, 이제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돈, 부, 그리고 자기관리에 관한 책들이 적잖이 보입니다. 지난 3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물 폭탄 12조원어치를 쏟아냈을 때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동학개미 운동’에 뛰어들었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제는 ‘투기하는 개미’로 변신한 것일까요? 어딜 가나 주식이나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 서점가에도 코로나 시대의 투자 이야기, 주식 이야기, 부자 되는 돈 공부와 부자 되는 습관을 담은 자기계발서, 그리고 불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경영서가 즐비합니다. 불안의 시대를 견뎌보려는 개인의 불가피한 선택과 준비일 것입니다. 워낙 심각한 상황이니까요.

이번주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쓴 <자본과 이데올로기>와 영국 정치경제학자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가 나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해 유명해진 천재 경제학자라고나 할까요. 한쪽에서는 거대한 잉여자본이 쌓여가고, 다른 쪽에서는 착취 당하기 쉬운 잉여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서 두 사람은 공공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치를 재구성해서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피케티가 새책 서문에서 “불평등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라고 했듯, 문제는 정의라는 얘기죠. 이런 책을 보는 일 또한 불안을 다스리는 ‘돈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게 원인을 찾아냈는데 다짜고짜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처럼 답답한 말도 없지만, 더 속터지는 상황은 입이 닳도록 경고하는데도 해법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처방전을 받았으니 이제는 치료약을 꿀꺽 삼켜야 할 때인 것 같은데 말이죠. 생각보다 입에 쓰지 않을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해품달’ 송재림 숨진 채 발견…향년 39 1.

‘해품달’ 송재림 숨진 채 발견…향년 39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2.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윤수일 ‘아파트’ 42년 만에 재건축 완공”…장범준, 리메이크곡 발표 3.

“윤수일 ‘아파트’ 42년 만에 재건축 완공”…장범준, 리메이크곡 발표

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4.

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연말 ‘로코’가 몰려온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5.

연말 ‘로코’가 몰려온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