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실뱅 테송 지음, 김주경 옮김/북레시피·1만5000원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신들은 짐승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서 있었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표범은 약 5000마리. 그중에서도 티베트의 눈표범은 멸종동물이자 ‘영물’로 일컬어진다. 프랑스 작가 실뱅 테송은 친구이자 동물 전문 사진작가 뱅상 뮈니에 등과 함께 중국 칭하이성에 있는 티베트 극동부 지역으로 향한다. 눈표범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해발 5000여미터 티베트의 심장에서 영하 30도씨 이하의 강추위를 견디면서 간신히 눈을 뜬 일행은 모든 게 태어나고, 죽고, 썩으며,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생사 게임’을 지켜본다. 말할 것도 없이 그 게임은 윤회이고, 윤회의 반복 작용은 “꽁꽁 얼어붙은 영원” 속에 놓여 있었다. 일행들은 고통스럽게 응답을 기다리며 “신은 주사위를 던졌고, 인간은 졌다”, “온 세상 모든 것은 ‘있음’에서 생겨났고,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났다” 같은 명언을 주고받는다.
책 전반에 방랑하는 자의 고독과 영성 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제목이 ‘눈표범’이라기보다 ‘순례자’였어야 맞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동물들은 진정 신의 영역에 있었다. 특히나 표범은 “신들이 적합한 순간이라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등장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이들은 결국 신령한 동물을 만날 수 있었을까?
지난해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수상한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에는 표범이 있는지요?”라고 대뜸 질문한다. “만일 표범이 살고 있다면, 그건 그 땅에 자유와 신비를 위한 공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따라서 그 땅의 시적인 정서가 아직 시들지 않았다는 뜻이 될 겁니다.” 한국에, 과연 표범이 남아 있을까?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