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지음/난다·1만6000원 네(Nez). ‘코’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이자, 조향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향을 시작했다” “향을 꿈꾼다” “향수를 배운다”는 낯선 표현들이 신선하고 매혹적이다. 글자에서도 향이 나는 것만 같다. <나는 네Nez입니다>는 조향사 김태형의 에세이다. 그는 2013년 스무살의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세계적 향 전문 교육기관인 이집카(ISIPCA)를 졸업하고 2019년 서울로 돌아와 향을 가르치는 ‘프라그랑스 튜터’이자 향수 브랜드 대표 조향사로 활동하고 있다. 1부에서는 향을 다루게 된 계기, 아들이 문학의 길을 걷기를 바란 소설가 어머니(함정임)의 바람을 멀리한 까닭, 후각을 잃은 소설가 아버지(김소진)의 아들로서 조향사가 되려고 했던 자신의 생각 등을 풀어놓는다. 꽃이나 음식을 접해도 복합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는 “내가 조향사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후각을 잃은 아버지의 안타까운 운명을 풀어낼 사명적 흐름이 아닐까” 여기기도 한다. 이국 정취 가득한 유럽의 문화와 사랑 이야기는 너무도 문학적이라 아득하기까지 하다. 향수 애호가들을 사로잡을 일화와 정보도 적지 않다. 향 교육자 장 카를이 만든 가장 유명한 향수인 ‘마 그리프’와 ‘미스 디오르’는 후각 상실증인 ‘아노스미’인 상태에서 그가 동료 조향사들의 도움으로 만들었다는 것, 향에 본인의 색을 입히는 일뿐 아니라 대중과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먼저 잘 이해하고 반영해야 하는 ‘조향사의 딜레마’ 등. 2부에서는 본문에 등장하는 원료와 향수 브랜드의 이름을 적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향에 대한 사려 깊은 작은 사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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