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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공유경제’ 좋아하십니까

등록 2020-08-07 04:59수정 2020-08-07 09:33

[책&생각] 책거리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1995, 한국어판 2011)에서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어두운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죠. 2004년 개정판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회사 정문과 서비스센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20세기의 일상적 장면을 결코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이제 노동자들은 공장이 아니라 집에서 ‘스마트’한 ‘앱’을 켠 채 걸어 나옵니다. 그나마 핸드폰이 없는 사람에겐 일자리도 없습니다.

‘긱 경제’에서 ‘긱’(gig)은 1920년대 재즈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채워넣는 임시 연주자 자리를 가리킵니다. 업무지속성이나 노동권 보장이 전혀 안 되는 일시적 일감인 셈이죠.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 임시직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프리랜서의 화려하고 쿨한 감성을 자극하지만, 사실은 생계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됩니다.

공동체의 선한 신뢰 관계를 대의로 내세운 ‘공유경제’ 속에서 반나절치의 일거리를 잡는 사람들은 ‘갑’들의 ‘선한 영향력’보다 ‘더러운 꼴’을 자주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일하다가 별 고민 없이 화장실에 가고, 점심 먹고 난 뒤 담배를 태우며 커피 한잔 하던 20세기 노동자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이번주 새책 가운데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가 눈에 띈 까닭은, 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뜨거운 의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플랫폼 자본주의> <엘리트 독식 사회>까지 함께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유 경제’라는 착한 말 속에 숨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의도를 좀 더 정확히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는 일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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