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아침을이수연 글·그림/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고양이만 불쌍해.” 아빠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보이는 나이여서일까. 밥 차리는 와중에 아이가 책상 위의 책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림책 <달에서 아침을>이다. “고양이? 왕따당하는 토끼가 주인공이잖아. 괴롭히는 비둘기들, 그걸 그냥 보고만 있는 친구 곰도 나오고.” 얼기설기 말하니 물러서지 않는다. “주인공이 토끼라고? 고양이 얘기구만.” 행여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일까. 다시 책을 펼친다.
이야기는 토끼가 곰의 옆 집으로 이사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학생 토끼는 이질적이다. 자기 안의 우주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런 그를 같은 반 비둘기들은 왕따로 만든다. 대개의 왕따가 그렇듯 납득할 이유는 없다. 반 친구들은 모른 척, 토끼와 비둘기의 친구인 곰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다 다수의 방관에 휩쓸린다. 이 대목에서 작가는 ‘침묵하는 당신들도 가해자’라는 얘기를 조곤조곤, 대신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들려준다. 고양이는? 고양이는 이야기 안에서 다른 동물과 달리 의인화되지 않았다. 고양이는 고양이 그 자체다. 그만의 서사 없이 “야옹”뿐이다. 속사정이 어떠한지 드러나지 않는다. 고양이를 향한 곰의 구출 노력과 토끼의 따뜻한 위안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도,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닌 곰과 토끼다. 그들이 우연히 길에서 만난 고양이는 차이고 끌려다니면서 살아지는 존재다. 잠깐의 품을 떠나 고양이가 돌아갈 거리는 여전히 춥고, 비정할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현실은 토끼보다 고양이 쪽이다. 왕따의 현장에서 토끼에게 손길을 내미는 곰같은 친구가 등장할 확률은 배고픈 곰이 살오른 토끼를 만나 잡아먹지 않고 지나칠 확률보다 낮다. 현실의 토끼들은 고양이처럼 대개 곰 같은 친구없이 살아간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대상이라지만, 그보다 한참 위 아래도 몰입하기 충분하다. 만만한 그림책이 아니다. 후속이 기대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