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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의자는 몇개가 적당할까요

등록 2020-09-18 05:00수정 2020-09-18 15:51

[책&생각] 책거리

의자가 세 개밖에 없었던 소로의 숲속 작은 집에는 30명의 ‘군중’이 몰려들기도 했는데, 그중엔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브론슨 올컷도 있었습니다.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컷의 아버지였죠. 19세기 초 미국 초월주의 사상가 그룹에 속했던 올컷은 무저항협회를 만들었고, 전쟁과 노예제를 반대해 납세를 거부하면서 감방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와 교류한 소로의 시민불복종 운동은 이후 간디와 마틴 루서 킹에게 영향을 끼쳤고 비노바 바베의 토지헌납운동과 사티쉬 쿠마르의 평화운동으로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각국의 생태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전했으니, 고독한 은둔가로 알려진 소로가 세상에 미친 영향은 누구보다 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나 죽음이 끝은 아니었던 것이죠.

한편, 이번주 새 책들 가운데는 최영미 시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개정 3판)와 장편소설 <청동정원>(개정판)도 있습니다. 두 책 모두 계약이 끝나 최 시인이 직접 만든 1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게 되었죠. 출판사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사정은 작년 여러번 보도되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나온 <서른…> 표지를 장식한 건 제임스 휘슬러라는 미국 태생 화가의 그림입니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로, 어지간히 고독한 예술가였던 모양입니다. 최 시인 또한 지난해 기자간담회 때 그런 화가의 사정에 마음이 갔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당시 소송중이던 그는 이런 내용의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나의 글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이 인정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살면서 지녀야 할 중요한 자세는 자신의 삶에 관한 인정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의자는 때론 하나면 족할지도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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