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모든 사회는 현재의 땅으로 옮겨온 이주집단이다

등록 2006-01-19 17:27수정 2006-01-20 15:36

정복의 법칙<br>
데이비드 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1만8000원.
정복의 법칙
데이비드 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세계의 역사는 땅을 침입하고, 다시 밀려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침입하고 또 다시 밀려나는 끊임없이 파도치는 인구 이동의 역사였다.”

베스트셀러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데이는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밀어내는’ 정복의 과정을 10단계로 봤다.

법률적 소유권의 주장→지도 제작→이름 붙이기→야만인 몰아내기→정복자의 권리→정복한 영토 지키기→이야기 만들기→토지 경작→피정복민 말살하기→자국민 이주하기

이는 <정복의 법칙>의 목차로써 이 책은 영국의 오스트레일리아 정복, 스페인의 멕시코 침략, 미국의 인디언 몰살, 일본의 한국 점령, 독일의 폴란드 침공 등을 사례로 펼쳐놓고 다각적으로 ‘정복의 재구성’을 해냈다. 방대한 문헌에서 뽑아 올린 ‘사실’과 현재 정세의 ‘맥락’에 기반해 정복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규명할 뿐이어서 땅 뺏기의 부당성은 더 또렷히 드러난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네가 어디에 발을 들여놓든 그 땅은 너의 땅’이라는 성경에서 정복의 정당성을 찾았고 중국이 티베트를 ‘합병’한 행위는 과거의 그 땅은 중국 것이라는 근거를 내세웠다. 또 팔레스타인인을 밀어낸 유대인도 “아득히 먼 고대의 과거를 현재에서 그대로 이어가려는 기념비적인 시도”를 정당화하려 고고학적 흔적 찾기에 몰입했다.

“내 땅이 내 땅인 이유는, 내가 이 땅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기 때문이다.”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부족 추장의 말은 깃발을 꽂고 영토강탈 의식을 치른 영국 탐험대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탐험가의 뒤는 측량기사가 쫓았는데 동식물 서식, 광산이 표시된 세밀지도를 만듦으로써 ‘그 땅을 통째로 소유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밀어내고 이주하는 역사는 인디언 몰살, 터키의 아르메니아 인종청소, 유대인 홀로코스트 등 피비린내나는 대량학살을 동반해왔다. 수천년 전 역사에 뿌리를 둔 터키-쿠르드족, 그리스- 마케도니아인의 영토 소유권 분쟁은 현재진행형으로 지난한 비극을 재생산하고 있다.

지은이는 정복의 10가지 법칙을 넘어선 ‘공존’의 역사적 안목을 11장에 추가한다.


“모든 사회는 현재의 땅으로 이주해온 이주집단이다. 자기가 현재 살고 있는 땅을 영원히 혼자서만 가질수는 없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