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읽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역설적이게도 행복스럽다. 그것은 결국은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받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스럽게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책지성팀장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첫 마감을 마쳤습니다. 숨을 고르다, 서른 해 전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현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실은, 첫 문장은 ‘문학을’로 시작합니다. ‘책읽기의 괴로움과 즐거움’이란 제목의 글의 한 대목입니다. 모든 책은 실은 문학이어도 됩니다. 문자로 기록된 모든 것은, 예술에 이르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책더미 속에서 기쁘고 숨차고 흥분됐습니다. 한편으론 두렵고 미안했습니다. 쏟아지는 책과 책의 산을 헤치며 한 권, 한 권, 또 다른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기나긴 과정과 인내하고 견뎌내는 사람들을 잠시라도 생각했습니다. 책을 나누고 고르고 펼치고 덮으면서 상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행복 속에 고통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고통스럽게 행복을 생각하는 것은, 리영희 평전을 정독하면서였습니다. 이른 새벽 눈을 부비며 책장을 펼쳐들고, 리영희 선생의 악전고투를 쫓아가는 일은 행복하고도 무거운 일이었습니다. 선생은 “그것은 한마디로 ‘자유인’을 목표로 하는 노력이다.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염원에서 출발하는 누구나의 제한 없는 자기창조의 노력이다”(리영희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중 ‘자유인이고자 한 끊임없는 노력’)라고 적었습니다. ‘그것’은 ‘독서’입니다. “이 시대에 행복을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김현)이지만 자유로운 독서인은 고통 속에서도 행복한 법이겠죠.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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