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많이 넘어지겠지만 괜찮아”라는 속삭임

등록 2020-11-06 05:00수정 2020-11-06 09:48

라고 말했다
이혜정 글·그림/길벗어린이·1만7000원

아직도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나는 순간 눈이 질끈 감기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이렇게 모자란데, 사람들은 어른이라고 한다. ‘인생 그림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나온 책 <라고 말했다>에서 이혜정 작가는 말한다. “시간이 지나 구두끈을 혼자 묶을 수 있고, 글씨밖에 없는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나도 이제 어른이구나, 라고 말하기에는 왠지 스스로를 속이는 기분이다.”

하얀 도화지 같은 그림책에는 연필로 그린 그림과 손글씨가 여백과 함께 펼쳐진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인생이란 여행 앞에서 막막한 이들을 향한 작가의 말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그림마다 동물들이 함께한다. “오늘도 가라앉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어”란 문장에는 백조가, “매일 같은 길로만 걷고 있다면, 이제는 익숙해진 신발을 벗어던져야 할 때”란 말 옆에는 고양이가 있다. “가만히 앉아 쉬는 것도 삶의 일부야”라는 문장 너머로는 달팽이가 보인다. 

길벗어린이 제공
길벗어린이 제공

작가는 사람과 달리 동물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떻게 스스로를 돌봐주어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짧은 문장과,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동물의 그림이 어우러진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위로받는다. 이런저런 불균형에 불안한 아이들도, 쉬는 법을 모르는 어른들도 함께 위로받을 만하다.

15살 때 한국을 떠나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에서 살며 순수예술과 예술교육을 전공했다는 이혜정 작가는 각 페이지마다 한글 문장과 더불어 손글씨로 영어 문장을 써넣어뒀다. “스스로 균형잡는 법을 배워. 처음에는 많이 넘어지겠지만 괜찮아.” 문장 옆에는 “Find your own balance”가 자리한다. 다른 언어가 주는 미묘한 감각으로 감동이 더 커진다. 4살 이상.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