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주의와 한국문학
유임하 지음/글누림·3만5000원
국문학자인 유임하(
사진) 한국체대 교수는 <분단현실과 서사적 상상력> <한국소설과 분단이야기> <북한문학의 지형도>(공저) 등의 저서를 통해 분단문학과 북한문학을 천착해왔다. 그가 새로 낸 책 <반공주의와 한국문학>은 그 연장에서, 해방과 전쟁 뒤 한국문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서 반공주의가 행한 역할과 그에 대한 문학의 대응을 파고든다. “‘해방 후 한국문학의 출발과 전개’에서 반공주의는 중요한 사회정치적 조건이자 현실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이 비롯됐다.
“해방 이후 1950년대 중반까지 간행된 (반공) 증언수기집들은 (…) 냉전기억의 원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텍스트다. 1948년 여순사건을 취재한 문인들의 수기집 <반란과 민족의 각오>가 그 시발점을 이룬다. 이 책에는 대통령 공보비서였던 시인 김광섭을 비롯해 김영랑·박종화·이헌구·정비석·최영수·고영환·김송 등의 시와 수기가 실렸다. “그들(북한)의 교묘한 선전에 기만되어 마치 인민공화국 천지가 된 듯”(김광섭, ‘서문’)하다는 대목에서 보이는 이 책의 반북주의와 냉전적 인식은 <북한괴뢰집단의 정체>와 <북한일기> 같은 월남자들의 증언수기, <육탄 십용사> <구월산> 같은 전몰자 수기집 그리고 <고난의 90일> <적치 6년의 북한문단> 같은 전쟁 체험기로 이어지는데, “그 기억은 냉전구도 안에서 태어난 증오와 적대의 우화에 가깝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문학의 비정치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며 문학을 “어떤 구경(究竟)적인 생의 형식”이라 주장한 김동리의 순수문학론은 “좌익 진영과의 논전을 거치면서 구성된 문화정치의 산물”이었으며 “문학의 정치성 일반을 거세하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동리의 소설에서 좌익 인물들은 “시류에 휩쓸리는 피상적인 존재들로” 그려짐으로써 냉전적 관점을 보인다. 결국 이론적으로나 구체적인 작품에서나 “순수문학론은 냉전적 사고와 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구성된 이념이었다.”
1965년에 벌어진 남정현 소설 ‘분지’ 필화 사건은 “작가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확산시켜 자기 검열의 기제를 작동”시켰다. 아버지와 외삼촌의 좌익 이력을 함구하고 삶에서나 문학에서나 그로부터 한사코 도망치려 한 김승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른바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투옥되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호철의 장편소설 <문>은 “민주화와 분단체제 해소를 위한 남북 체제의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단소설의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지은이는 평가한다. 이 책에서는 이와 함께 <남과 북>(홍성원) <불의 제전>(김원일) <태백산맥>(조정래) <손님>(황석영) 등 6·25를 다룬 소설들의 계보와 맥락 그리고 박경리와 박완서, 조은 같은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 나타난 전쟁과 분단 서사에 관한 논의도 만날 수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유임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