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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호숫가 책방이듬 ‘시즌 1’의 기록

등록 2021-01-01 04:59수정 2021-01-01 09:52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열림원·1만3500원

김이듬(사진) 시인은 2017년 가을부터 3년여 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서 1인 독립서점 겸 북카페 ‘책방이듬’을 운영했다.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그가 서점을 꾸리며 겪은 일과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일기 쓰듯 쓴 책이다.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 영역본은 지난해 10월 미국 문학번역가협회가 주관하는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아울러 받았다. 2001년에 등단해 시집 일곱 권과 장편소설 하나, 산문집 두 권 등을 내며 꾸준히 활동해 온 그가 갑자기 서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 문단 동료들은 한결같이 반대했다. 반대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서점을 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글을 써야 할 시간을 빼앗길 게 뻔했기 때문.(“책을 쓰지 않고 책을 파는 나를 안타까워한다.”) 그럼에도, 그보다 먼저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선배 작가를 비롯해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말리고 걱정하는 일을” 그가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내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뜨겁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기분을 잃어버리고 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시작한 서점 운영은, 예상했던 대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돈을 벌기는커녕 원고료와 강의 수입을 월세에 충당해야 했다. “10여 년 모은 돈이 반 년 만에 다 사라졌다.”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가 왔다. 하루 종일 서점 일에 매달리느라 개인적 삶은 포기하다시피 해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지도 않고 쓰러지기 일쑤다. 외투를 입고 잠든 날이 허다하다. 하루는 목이 긴 컨버스 운동화의 끈을 풀 기운이 없어서 현관 앞에 앉았다가 그대로 쓰러져 아침까지 잔 적도 있다.” 글을 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머지 문예지의 청탁을 거절하기에 이른다. “작은 서점인 이곳에서 나는 시인의 꿈을 지워가는 걸까?”

그런 회의와 불안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이 도전적으로 흘러갔다.” 작가들을 초청해서 여는 ‘일파만파 낭독회’를 비롯해 100회가 넘는 행사를 열정적으로 치렀고, 문예지 <페이퍼이듬>을 펴내기도 했다. 책방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일반 시민들을 묶는 문화적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간의 끊임없는 소실만은 아니었다고 속삭이고 싶다.”

호수공원 앞 책방이듬은 지난해 11월 굿바이 콘서트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시인은 12월에 임대료가 좀 더 싼 곳으로 옮겨 가 책방이듬 ‘시즌 2’를 시작했다. 호숫가 책방이듬 ‘시즌 1’의 생생한 기록이자 소중한 추억이 책으로 남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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