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열흘 새 두 명의 성소수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주 이 자리에서 한 명의 죽음을 기렸는데 어젯밤 연신 책을 들추다 또다른 비보를 맞닥뜨렸습니다. 분노로 이어지는 애도의 물결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한, 감춰진 죽음은 더 많을 것입니다. 스스로 숨어 들어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과 고통은 더더욱 클 것입니다.
헌법을 펼칩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러나 존엄과 가치, 행복과 평등, 불가침의 인권은 책에만, 문자로만 존재합니다. 책도 문자도 그것만으로는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줄곧 좌절되어 왔고, 우리는 애꿎은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차별을 막을 간단한 제도조차 갖추지 않은 국가와 정부, 사회가 몰아간 죽음임이 명백합니다. 나와 당신, 우리가 모두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애달픈 죽음이, 그들이 흩뿌린 핏방울이, 살아남은 우리의 분노와 슬픔이, 이대로 주저앉지 않길 소망합니다. 생전 그들이 드러낸 용기와 진실이 강력하게 되살아나길 바랍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마주한 공원국 작가의 조사를 여기 옮겨 애도를 대신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확인한다. 역사가 비겁한 생존자들을 위한 개선가가 아닌, 용기 탓에 먼저 간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어야 함을. 만 가지 꽃을 차별하지 않고 비추는 미트라, 만 가지 성(性)이 활짝 피도록 가신 분을 비추소서. 고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와 진실함을 간직하겠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