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는 제목부터 송가을 기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송가을 기자가 놓지 못하는 “죄송한데요…” 한마디는 더욱 생생하다. 여기에 책 표지까지 겹쳐지며 송가을 기자라는 캐릭터는 뚜렷해진다. “죄송한 게 너무 많은 세상에서 좀 덜 죄송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겠다.” 소박한 듯하지만 언론의 존재 이유, 기자의 사명을 이보다 잘 드러내는 표현이 있을까.
묵직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발랄·경쾌하게 풀어낸 이 책은 소설이지만 현직 기자인 지은이의 취재 경험에 밀착해 있기에 대단히 높은 개연성에 바탕하고 있다. 성매매, 금융비리, 간첩조작 등 여러 사건과 일본군 ‘위안부’와 세월호, 탈북 문제 등에 대한 기자적 경험은 독자들이 마치 현장에서 취재에 동행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검찰개혁과 남북분단 문제 등 흔히 거대담론으로 논의될 소재까지도 무겁지 않은 톤으로 녹여낸다. ‘대통령의 올림머리’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 단독보도 된 해당 기사의 취재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거창하지 않음에 있다.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이야기가 지닌 힘이다. 가난한 비혼모 여성, 빨갱이로 몰려 15년간 옥에 갇힌 할아버지,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노동자, ‘네일숍’을 여는 게 꿈인 성매매 여성…. 송가을 기자는 우리 곁에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송가을 기자의 진정성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수록 일부 기자들에게 억울하고도 이미 익숙해진 누명 ‘기레기’는 벗겨질 수 있을까?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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