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맑실 글·그림/사계절·1만6000원 순하고 온화한 느낌에 휩싸여, 책장을 넘길수록 아련하고 아득한 마음이 차올랐다. <막내의 뜰>에서 7남매의 대가족이 서로 부대끼고 보듬고 매만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그리움이 사무치는 듯하다. ‘막내’를 중심에 놓고 아버지와 엄마, 큰언니, 큰오빠, 작은오빠, 작은언니, 별언니와 밝오빠가 어우러진 가족 이야기이다. 잦은 이사로 여러 집에 산 경험이, 기억을 들추어 되살리는 모티프가 된다. 주로 관사다. 중고교 교장을 지낸 아버지는 높은 분들께 상납하지 않는 ‘고지식함’ 탓에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녔다. 그만큼 막내는 다양한 집에서 유년의 경험을 쌓아갔다. 막내는 서울로 진학한 언니오빠들보다 집에 얽힌 기억이 더 풍요로울 수밖에 없다. 글은 단정하고 간결하다. 지은이의 첫 책이지만 뛰어난 편집자이자 기획자로 수십년간 한국 출판계에 큰 획을 그어온 출판사 대표가 썼으니 내공은 감춰지지 않는다. 자신을 3인칭으로 떨어뜨려 놓고 유년 시절을 풀어놨다. 특히 그림이 여운을 남긴다. “학교 다닐 때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로 낙인찍힌” 지은이는 “40여년 만에 다시 그림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2년가량 그림을 배우며 “마음대로” 그리다 어릴 적 살던 집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집의 평면도를 그리다 유년의 기억들을 떠올려 글로 쓰고 그림을 곁들였다. 그림은 더더욱 꾸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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