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크래시: 팬데믹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장석준 옮김/책세상·1만1800원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변화 중 하나는 ‘큰 정부’의 귀환이다. 우파나 시장주의자조차도 현재 ‘긴축’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주요 나라의 정부들은 일제히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럼 신자유주의는 끝난 것인가, 복지국가가 강화될 것인가.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인 그레이스 블레이클리는 오히려 “‘코로나 크래시’는 부유한 나라들의 고위 정치인, 중앙은행가, 금융가, 대기업 경영진으로 구성된 한 줌의 과두 집단에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집중되는 세상을 남길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독점자본’과 ‘국가’의 연결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레이클리는 이를 ‘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부른다.
독점기업들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는 쓰러지고 덩치가 큰 경쟁자들은 이들을 잡아먹을 것이다.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은 수요 증가로 적극적으로 이윤을 챙기고 완전한 시장 지배를 확립했다. 국가는 기업들에게 보조금과 저렴한 대출, 전면적 구체책을 제공하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자유주의 정치·경제가 구축한 ‘국가’와 ‘시장’ 사이의 경계선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희미하다. ‘계획이냐 아니냐’를 고민할 때는 지났다. 이제는 ‘누구를 위해 계획해야 하는가’를 선택해야 할 때다.”
더 큰 국가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중이 경제활동의 합리적 계획에 참여해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의 지휘하에 놓인 자원은 대중에 의해, 대중을 위해 할당돼야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원리를 경제의 영역으로 확대하지 않는다면 이 위기는 그저 자본에 의해, 자본을 위해 이용되고 말 것이다.”
영국의 좌파 출판사 버소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주제로 낸 4권의 소책자 중 한 권이다. 1993년생인 저자 블레이클리는 “영국 청년세대 좌파의 전형이라 할 만한 인물”이라고 옮긴이 장석준은 전했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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