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디카이오스 챗지플리스 글, 미르토 델리보리아 그림, 이계순 옮김/풀빛·1만2000원
‘독서 30분’. 선생님이 매일 보내주는 초등학교 통신문은 늘 이렇게 시작한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는 부탁이다. 책을 읽게 하려는 부모와 놀고만 싶은 아이의 실랑이가 시작된다. 책을 언제 읽을 것인지, 몇 권을 읽을 것인지, 책을 보면 보상으로 뭘 줄 건지 집집마다 사뭇 진지한 협상이 벌어진다. 도서관에 가면 아이를 의자에 앉히기가 좀 더 수월할 텐데 코로나19 시국이라 이용하기도 어렵다.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은 책과 도서관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깜찍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책이다. 주인공 소포클레스가 책을 즐기는 방법은 독서법으로 지도하기에도 좋다. 소포클레스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 중에서 신중하게 골라온 책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소포클레스는 책장을 넘기며 꾀돌이 곰, 나무다리 곡예사, 수다쟁이 기린, 눈이 여러 개 달린 분홍 외계인 등과 친구가 된다. 용감한 기사에게 받은 칼자루는 언젠가 용기가 필요할 때 쓰려고 가슴 속에 묻어둔다.
모르는 이야기가 책에 나오면 호기심이 일어난다. 알쏭달쏭 수수께끼를 풀듯 생각하고, 어려운 말이 나오면 공책에 따로 썼다. 평소 쓰지 않는 근사한 말들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용도로 쓸 생각이다. 저녁에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니 열기구를 타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즐거운데 책을 도서관에 돌려줘야 한다고? 슬퍼진 소포클레스는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책을 꼭 돌려줘야 해요? 마음에 드는 데만 빼고서 돌려주면 안 돼요?” “안 돼, 다 돌려줘야 해.”
책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간 소포클레스. 그의 우울함은 금방 나아졌다. 사서 선생님이 책만 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책에서 사귄 친구들까지 모두 돌려주는 게 아니었다. 꾀돌이 곰, 나무다리 곡예사 등 친구들은 계속 같이 지낼 수 있다. 소포클레스는 기쁜 마음에 책을 또 빌리며 말한다. “우아, 도서관은 책만 빌려주는 곳인 줄 알았는데… 뭐든 아낌없이 주는 곳이네요.” 소포클레스가 자기와 비슷하다며 책을 읽던 9살 딸아이는 책장을 덮고선 한마디 덧붙였다. “엄마, 나는 책 속 친구들이 꿈에서 같이 놀기도 해. 아주 신나.” 5살 이상.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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