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야구선수 둘러싼 성장통 그려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심사평
‘영의 자리’ 담담한 문장의 힘…끝까지 경합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한겨레출판 회의실에서 응모작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 앞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혜진, 전성태, 소영현, 편혜영, 윤성희, 서영인, 정용준, 김건형.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동성애 성장기 ‘물을 길어오세요’
이민자 그린 ‘총소리를 들었어’
본심 오른 8편 중 5편 주로 논의 예심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참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정육점과 같은 상징적 공간에서의 살해 사건을 추적하는 서사가 많이 보였다. 그러나 전반부의 자극적인 소재에 비해 깊이 있게 주제를 끌고 가지 못하고 상식적인 정의감의 분출로 끝맺는 작품이 많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본심에 오른 <그라운드 제로> <물을 길어오세요> <정명혜 문학관> <그림들의 아우성> <영의 자리> <총소리를 들었어> <계투> <리모델링>의 8편 중에서 다음의 5편을 주로 논의하였다. <그라운드 제로>는 용산 참사를 암시하는 철거민 조합의 비극과 코로나 시국을 암시하는 좀비 사태를 결합시켜 흥미로운 설정이 주목받았다. 또 각자 직무에 충실하기에 생성되는 사회적 악과 그 구원의 문제를 다루려는 의식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백신 등 장르물로서 갖추어야 할 설정이 약해 결정적인 설득력이 부족했다. <물을 길어오세요>는 80년대 남성 청소년이 동성애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이성애 규범 속에서 동성 친구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을 여성으로 상상해야 하는 내면이나, 강압적 남성성과 다른 젠더성을 형성하려는 메타적 시선이 주목할 만하다. 반면 당대 문화사의 도입이 성글고, 가족 비극이 억지스러워 서사로서 많은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총소리를 들었어>는 정체성의 기원을 탐색하는 이민자에 대한 소설이다. 트랜스 내셔널 시대에 외부적 시선으로 가족사를 서술하는 것은 유의할 만한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와의 연결이 관념적이라서 부실하고, 가족의 비밀을 전해 듣는 구성이 익숙해서 아쉽다. 본심에서 다룬 작품들은 조만간 다른 지면에서 보게 될 작품들이라고 믿는다. 마지막까지 논의된 두 작품 중의 하나인 <영의 자리>는 차분하고 담담한 문장이 장점으로 꼽혔다. 약국이라는 치유의 공간성이나 삶을 버티는 일상적 방법이 소소하지만 깊고 탄력 있어 보였다. 그러나 무력감과 무행동, 무존재로서의 유령 등이 지난 시기의 청년 서사를 연상시켜 아쉬웠다. 또 포인트가 될 만한 사건이 없어 반복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장편보다는 단편에 적합해 보였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서사적 당위의 힘을 믿지 않고 일상의 문장으로 밀고 가는 작가의 힘을 더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한겨레출판 회의실에서 응모작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맨 왼쪽 앞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성희, 서영인, 정용준, 김건형, 오혜진, 전성태, 소영현, 편혜영.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